[공정위 전원회의 왜 연기했나]신문고시 국면전환 고육책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34분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告示) 통과를 위한 전원회의를 돌연 2주일이나 미룬 이유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여론 수렴을 위해 늦추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쫓기듯’ 신문고시를 강행하려던 공정위가 갑자기 유연성을 보임에 따라 국면전환용 카드를 쓰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3월 28일부터 4월 13일까지 보름 동안 규제개혁위원회를 무려 4차례나 열면서 신문고시 초안을 만든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신문고시의 필요성에 대해 여론의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공정위는 지난 2개월여 동안 13개 언론사에 대해 불공정거래 여부 조사를 했고 5월중 그 결과를 발표하는 미묘한 시점을 맞고 있다. 이 조사결과 발표와 이번 연기조치가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전원회의, 왜 늦추었나〓지난달 27일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2일 연다고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렸다. 신문고시 최종안이 마련됐으므로 2일까지 ‘엠바고(보도자제)’를 지켜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28일과 이달 2일 각각 신문사 판매국장과 광고국장 간담회를 가진 뒤 여론수렴을 거쳐 2일 전원회의에서 신문고시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당초 일정을 바꾸었다. “판매국장단 회의에서 적잖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문협회가 자율적으로 고시를 준수하도록 하는데 공정위가 노력할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신문고시 필요성 홍보 계속〓신문고시 부활을 강행하려던 공정위가 이처럼 겉보기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강성 기조를 지켰던 이남기(李南基)위원장도 차분히 가라앉은 모습이다. 대신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언론을 통해 공정위의 신문고시 홍보는 계속되고 있다. 방송사들의 잇단 신문고시 지지 보도에다 일부 신문사들은 이위원장의 기고와 인터뷰를 게재, 신문고시 부활을 위한 여론 정지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불공정거래 조사 결과와 연결할까〓공정위는 신문고시 초안을 만들 때 신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개월 동안 벌인 조사에서 일부 물증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증을 발표하면서 “이처럼 불공정거래 행위가 벌어지고 있으니 당연히 신문고시가 필요하다”고 여론 조성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8개 그룹에 대한 조사를 한달 미룬 것도 5월중엔 대(對) 신문사 조사결과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쏟기 위한 것이라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공정위가 언론사를 ‘표적 조사’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스스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