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뭉칫돈 몰린다…수신고 올들어 54% 급증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45분


이렇게 북적대면 뭘 해요? 다 공과금 내러 온 사람들이에요. 외국은행에 가보세요. 소리없이 큰 돈이 들어온다니까요. (모 국내은행 수도권 지점장)

씨티은행 HSBC 등 외국은행에 국내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13일 올 10월까지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수신은 1조5000억원이 늘어나 작년 연간 증가액 9000억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고 밝혔다.

작년말 2조8000억원이던 외국은행 수신잔고는 올들어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 10월말 현재 4조3000억원이 됐다. 열달새 54%나 늘어난 셈. 이에 따라 작년말 0.9%에 그쳤던 외국은행 국내지점 수신 점유비중도 지난달 말에는 1.2%로 높아졌다.

푼돈보다는 거액예금이 대부분. 10월중 외국은행의 계좌당 정기예금 평균잔액은 9400만원으로 국내은행(2800만원)의 3배를 웃돈다. 5억원을 넘는 계좌비중도 50.9%로 35.5%에 그치는 국내은행보다 훨씬 높았다.

외국은행 수신고가 크게 늘어난 것은 국내은행에 비해 안전하다는 인식과 함께 적극적인 고금리 전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씨티은행 HSBC 등은 최근까지 6개월 정기예금에 대해 국내은행(연 6.7∼7.0%)보다 많은 연 7.2%의 이자를 줬었다. 이에 따라 외국은행의 만기 6개월미만 정기예금은 올들어 1조780억원이 늘어나 수신증가를 주도했다.

이보다 더 주효했던 것은 금융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국은행은 무풍지대 라는 생각이 확산된 것. 여기에 고객에 대한 철저한 비밀보장 등도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실시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비, 강남 분당 등의 큰 손 들이 차명계좌를 통해 외국은행에 돈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 말했다.

한편 외국은행들은 올해 예금 1조5000억원, 콜론(금융기관간 초단기 차입금) 4조3000억원 등을 재원으로 국채 통화안정증권 등 채권에 4조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비용이 낮은(금리 연 5%대) 콜자금으로 채권에 투자, 막대한 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은행 관계자는 만기불일치(미스매치) 위험을 감수하고 초단기자금으로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은행의 영업전략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만약 우리들이 그렇게 했다면 돈놀이 를 한다고 비난받았을 것 이라고 푸념했다.

외국은행의 올 대출은 1조여원에 그쳤다. 대부분이 떼일 염려가 없는 가계대출이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