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도에 입찰을 포기하거나 입찰자격 심사에서 탈락된 사례는 7월 이후 대형공사만을 기준으로 9개국 10여건에 달한다. 이같은 추세로 나갈 경우올해 건설업계의 총 해외 수주액은 60억달러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92억달러보다 30% 이상, 97년 140억달러에 비해서는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실패 사례〓극동건설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 시내 배수로 공사에서 천신만고 끝에 입찰자격심사에 통과했다. 그 기쁨도 잠시. 은행보증을 못받는 바람에 입찰도 못해보고 현지에서 철수했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 정유공장 부두공사에서 최저가로 낙찰되었으나 한국의 은행이 공사대금의 100%를 보증하라는 추가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대우 관계자는 “올들어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줄고 준농림지 개발 규제 등으로 민간 공사 물량도 줄어 건설업계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살 길은 해외수주뿐인데 이것마저 자금 문제로 벽에 부닥쳤다는 것. 더구나 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오일 머니를 챙긴 중동에 제2의 건설 특수가 일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체들은 사전 입찰자격 심사에서도 탈락하는 등 줄줄이 창피를 당하고 있다.
▽신뢰도 추락과 대책〓가장 큰 문제는 국내 은행들의 보증 기피와 대외 신뢰도 추락이다. 건설 사업은 그 특성상 금융기관의 입찰 보증, 공사 이행 보증, 선수금 보증 등이 필요하다. 자기코가 석자인 은행들이 보증을 회피하는 바람에 건설업체들은 다 잡은 고기도 놓치는 형국. 현대건설의 한 간부는 “30여년 해외 건설의 노하우가 사장돼버리고 말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부는 민간은행의 보증 능력 상실로 어려움을 겪는 해외 건설을 활성화하기 위해 98년부터 수출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에서 해외 건설 보증을 서도록 했다. 건설업계는 70년대 중동 특수 때 정부가 앞장 서 보증을 서고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편 것을 상기시키면서 보다 강력한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건설 사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신용등급이 낮으면 무조건 보증이나 대출을 기피한다”며 “국제기관 공사 등으로 재원 조달이 확실하고 외국 발주처에서도 시공 능력을 인정할 때는 은행이 앞장서 보증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최근 3개월간 해외 건설 수주 주요 실패사례 | ||||
국가(발주처) | 공 사 | 건설업체 | 사 유 | 시 기 |
아랍에미리트 | 제벨알리 가스 프로젝트 | 현 대 | 보증 실패 | 2000년 7월 |
대만 | LNG기지 프로젝트 | 현 대 | 사전자격심사탈락 | 8월 |
싱가포르 | LRT프로젝트 | 대 우 | 사전자격심사탈락 | 7월 |
필리핀 | 열병합발전소건설 | 현 대 | 사전자격심사탈락 | 8월 |
베트남 | 하노이배수로공사 | 극 동 | 보증 실패 | 8월 |
방글라데시 | 동북부 가스파이프 공사 | 대 우 | 보증 실패 | 6월 |
태국 | 신공항 청사건설 | 현 대 | 보증 실패 | 9월 |
말레이시아 | MLNG Tiga프로젝트 | 현 대 | 보증 실패 | 7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