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유가급등 수혜 속 보증기피 수난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27분


유가가 오르면서 중동지역 등 산유국들의 건설공사 발주가 크게 늘고 있으나 은행보증난 등으로 우리 건설업체들이 입찰과정에서 잇달아 탈락해 모처럼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도에 입찰을 포기하거나 입찰자격 심사에서 탈락된 사례는 7월 이후 대형공사만을 기준으로 9개국 10여건에 달한다. 이같은 추세로 나갈 경우올해 건설업계의 총 해외 수주액은 60억달러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92억달러보다 30% 이상, 97년 140억달러에 비해서는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실패 사례〓극동건설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 시내 배수로 공사에서 천신만고 끝에 입찰자격심사에 통과했다. 그 기쁨도 잠시. 은행보증을 못받는 바람에 입찰도 못해보고 현지에서 철수했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 정유공장 부두공사에서 최저가로 낙찰되었으나 한국의 은행이 공사대금의 100%를 보증하라는 추가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대우 관계자는 “올들어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줄고 준농림지 개발 규제 등으로 민간 공사 물량도 줄어 건설업계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살 길은 해외수주뿐인데 이것마저 자금 문제로 벽에 부닥쳤다는 것. 더구나 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오일 머니를 챙긴 중동에 제2의 건설 특수가 일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체들은 사전 입찰자격 심사에서도 탈락하는 등 줄줄이 창피를 당하고 있다.

▽신뢰도 추락과 대책〓가장 큰 문제는 국내 은행들의 보증 기피와 대외 신뢰도 추락이다. 건설 사업은 그 특성상 금융기관의 입찰 보증, 공사 이행 보증, 선수금 보증 등이 필요하다. 자기코가 석자인 은행들이 보증을 회피하는 바람에 건설업체들은 다 잡은 고기도 놓치는 형국. 현대건설의 한 간부는 “30여년 해외 건설의 노하우가 사장돼버리고 말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부는 민간은행의 보증 능력 상실로 어려움을 겪는 해외 건설을 활성화하기 위해 98년부터 수출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에서 해외 건설 보증을 서도록 했다. 건설업계는 70년대 중동 특수 때 정부가 앞장 서 보증을 서고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편 것을 상기시키면서 보다 강력한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건설 사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신용등급이 낮으면 무조건 보증이나 대출을 기피한다”며 “국제기관 공사 등으로 재원 조달이 확실하고 외국 발주처에서도 시공 능력을 인정할 때는 은행이 앞장서 보증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최근 3개월간 해외 건설 수주 주요 실패사례
국가(발주처)공 사건설업체사 유시 기
아랍에미리트제벨알리 가스 프로젝트현 대보증 실패2000년 7월
대만 LNG기지 프로젝트현 대사전자격심사탈락8월
싱가포르LRT프로젝트대 우사전자격심사탈락7월
필리핀열병합발전소건설현 대사전자격심사탈락8월
베트남하노이배수로공사극 동보증 실패8월
방글라데시동북부 가스파이프 공사대 우보증 실패 6월
태국신공항 청사건설현 대보증 실패9월
말레이시아MLNG Tiga프로젝트현 대보증 실패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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