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차입 올해도 '가시밭'… 신용등급 상향조정 불구

  • 입력 2000년 1월 2일 23시 50분


국가 신용등급의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 및 대기업들의 해외차입 여건은 올해에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2일 “국가 및 국책은행들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으로 상향됐지만 국제 자금시장에서의 차입여건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IMF 이전의 차입여건을 되찾기 위해선 3,4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적격 11개사뿐

▽투자적격은 11개에 불과〓 99년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 및 대기업 중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에 의해 투자적격 판정을 받고 있는 곳은 모두 11개. 국가와 동일한 신용등급을 인정받는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과 대형 공기업(한국통신 한전 포항제철)을 제외하면 민간기업 중엔 LG칼텍스정유 SK텔레콤 SK㈜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4개사 뿐이다.

그러나 투자적격 판정을 받은 이들 업체조차도 지난해 중장기 차입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 1.2∼1.5%’로 높았다. 그나마 신규자금 차입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부분 상환연장에 그치는 실정.

▽국가신용등급 결정 방식〓 국가신용등급은 ‘외화표시 채권발행에 대해 어떤 경제주체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신용등급’. 현실적으로는 가장 신뢰도가 높은 정부의 신용등급을 의미한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등급 판정과 각국 경제지표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신용등급은 1인당 국민소득에 정비례하고 물가상승률에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수기반이 넓고 인플레율이 높을수록 정부재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 이밖에 과거 국가부도를 낸 경험이 있는 나라들은 다른 거시지표가 똑같더라도 평균 2.85계단이나 등급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신용상향 힘들듯

▽2000년 신용등급 개선 어려워〓 재정수지 총외채규모 등 지난해 달성한 우리경제의 7개 거시지표를 종합 분석한 결과 현재의 신용등급인 Baa3(무디스), BBB(S&P)와 정확히 일치했다. 올해 특별한 지표개선이 없는 한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어렵다는 의미.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국가신용등급이 IMF이전의 AA 등급을 회복하기 위해선 최소한 5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경제가 향후 3, 4년 동안 체질개혁에 실패할 경우 외환보유고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등급상승이 더 멀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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