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국내 유일 대만기업 ASE코리아

  • 입력 1999년 11월 2일 19시 48분


‘한국―대만 우호의 상징으로 남고 싶습니다.’

경기 파주시 교하면에 자리잡은 ASE코리아 반도체조립공장. 얼핏 보기에 휴양시설을 연상시킬 정도로 ‘말끔한’ 이 시설에는 대만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유일한 대만 생산시설인 ASE코리아 공장은 넉달 전인 7월초만 해도 성조기가 펄럭이던 미국 공장이었다. 모토로라 반도체사업부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1억4000만달러를 받고 대만의 반도체회사인 ASE사에 매각한 것.

ASE코리아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한국내 유일한 대만기업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회사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보여준 노사(勞使)간의 협력 때문이다. 모토로라코리아 시절의 직원 880명은 ASE코리아로 간판이 바뀐 뒤에도 그대로 일하고 있다. 모토로라측이 임명한 미국인 사장은 물론 재무 인사 등의 간부와 연구원, 생산직 근로자 등 아무도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100% 고용승계라는 보기 드문 신화를 일궈낸 것.

파주 공장 직원들이 매각발표를 처음 접한 시기는 올해 2월초. 67년 설립된 이래 30년 이상 흑자를 기록해온 ‘알짜배기’ 공장을 모토로라가 매각할 것이라는 발표를 듣고 직원들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협상 파트너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대만 기업이라니….

“처음엔 너무 황당했습니다. 모토로라가 우리를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면서 파업을 주장하는 강경론이 대두하기도 했습니다.”(곽노영 노조위원장)

앞날이 불투명해지자 노조는 위로금과 고용보장, 퇴직금 중간정산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협상에 들어갔다. 주인이 바뀌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되거나 현재보다 못한 근무조건하에 처하게 되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

그러나 모토로라와 ASE간 협상 타결이 계속 연기되면서 노조는 협상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했으며 그 결과 6개월치 이상의 월급이 위로금으로 전직원에게 돌아갔다.

곽위원장은 “ASE코리아로 바뀐 뒤 단 한명도 해고되지 않고 근무조건도 예전과 똑같이 유지되면서 ASE에 대한 호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호감은 9월 대만을 강타한 지진때 여실히 드러났다. 지진피해를 입은 ASE본사를 돕자는 모금행사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단기간내 800만원을 거둬들인 것. 여름 수해때 여러달 동안 모금한 640만원보다도 더 많은 금액이었다.

악화된 것은 없지만 예전보다 좋아진 점은 있다. 예전에는 미국 본사가 정한 계획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였으나 ASE로 간판을 바꾼 뒤에는 철저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익이 많이 나면 날수록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많아진다.

ASE코리아 김영훈 부사장(60)은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충만해 있다”면서 “스톡옵션제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0348―9400―570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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