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세계경영」문제점]기술력없이 해외진출 무리수

  • 입력 1999년 8월 17일 19시 19분


93년 깃발을 올린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삼성 등 경쟁그룹은 대우의 과감한 세계시장 잠식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지만 정작 그 이면엔 한국기업들의 미래에 위기를 예고하는 메시지가 깔려 있었다.

김우중대우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틈나는 대로 “세계적인 업체들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며 “국내시장에만 의존했다간 다 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해야 생존하는 우리경제의 구조상 첨단제품이 ‘득실대는’ 선진국시장 보다 개도국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위험부담은 크지만 중저가제품을 팔 수 있는 저소득층 시장을 노린 것. 세계경영을 상징하는 자동차의 경우 주요 해외법인은 모두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헝가리 체코 인도 등 개도국이나 사회주의체제를 막 벗어난 체제전환국에 세웠다.

대우가 97년 밝힌 세계경영의 목표는 ‘대우만한 재벌을 현지에 세우는 것’이다. 당연히 해외거점에 진출할 때는 국내의 사업역량을 총집결, 투입하는 ‘선단식’진출방식을 택했다. 대우전자 프랑스 현지법인 관계자는 “자동차사업을 벌이려다 보니 전망이 불투명한 시장에 전자가 묶여 진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세계경영은 한때 삼성 등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선진기업들의 제품을 분해→개량→재조립하는 수준의 기술개발로는 영원히 ‘이류’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뼈아픈 자각도 한몫했다.

재벌계열 S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그러나 제품기술력의 한계를 안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대우의 몰락이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한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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