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금속업 인력난 최악…3D업종 외면 당해

  • 입력 1999년 8월 2일 19시 26분


“어디 일할 사람 없나요.”

자동차 전자 기계 업종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인력수요가 늘어난 대표적 업종은 금속 금형업.

산업의 밑바탕을 담당하는 생산기반 업종이지만 이른바 ‘3D업종’으로 지목돼 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 경기가 회복되는 호기를 놓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비명이다.

인천 남동공단의 금형업체인 K사. 이 회사는 부족한 기능인력 5명을 뽑기 위해 몇주일째 모집을 계속하고 있지만 간간이 전화만 걸려올 뿐 아직 충원을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화를 건 뒤 ‘월급이 얼마냐’고 묻고는 ‘일이 무척 힘들다는 데 겨우 그것밖에 안되느냐’면서 끊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에 금속가공 부품을 납품하는 서울 H사도 답답한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불황으로 일감이 줄자 7,8명을 내보냈던 이 회사는 올들어 자동차 경기가 살아나면서 주문량이 회복돼 생산을 늘려야 할 상황이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이 회사 인력담당자는 “실업사태가 심각하다고 비명들인데 실업자들이 다 어디에 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심하다.

경남 진주의 B기연은 대기업에 자동차 엔진 등을 납품하는 회사. 올들어 대기업의 주문량이 15% 가량 늘어났지만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장을 100%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한두명씩 뽑아놓아도 힘들다면서 얼마 안가 그만두기 일쑤다. 이 회사의 이직률은 20%를 훌쩍 넘는다.

B사측은 고육책으로 직업학교 실습생 등을 데려다 활용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같은 업종 사람들을 만나면 오가는 대화가 인력 타령”이라면서 “공장을 자동화하든지 해야지 못견디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계 금속업종에 신규인력을 공급하는 천안 직업전문학교에는 업체들의 구인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현재 재학중인 학생들은 내년 2년 졸업할 예정이지만 미리 인력을 확보해두려는 업체들의 ‘예약’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초 졸업생도 군 입대 등을 제외한 취업희망자가 100%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

학교측은 “지난해에는 학생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업체들을 방문해가며 판촉을 했지만 올해는 정반대”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밖에 정부의 실업자 구제책인 공공근로사업이 젊은이들에게 쉽게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힘든 일을 기피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공공근로사업 위주의 실업대책도 손질을 해야 한다는 것.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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