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예산안 공청회]『구조조정등엔 마구써도 되나?』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05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재·金鎭載)는 26일 국회에서 99년도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예결특위가 예산안심사 도중에 공청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교수와 경제연구소원장 등 전문가 6명이 예산안에 대한 ‘심사위원’으로 나섰고 의원들의 질문도 받았다.

▼적자재정운용〓국내총생산의 5%에 이르는 적자예산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및 실업대책 재원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김정수(金廷洙)중앙일보 전문위원은 “구조조정 등에는 정부 돈을 무한정 써도 괜찮다는 ‘위험한’ 발상이 있다”며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동건(金東建) 서강대 곽태원(郭泰元)교수는 적자재정극복을 위해 무리한 세수증대보다는 정부의 소비성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윤호(李允鎬)LG경제연구원장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적자규모를 정부안보다 6조원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회간접자본(SOC)투자〓경기부양이라는 명분에 묻혀 비효율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곽태원교수는 SOC신규착공 억제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조조정은 효율성의 추구인데도 경기부양이 명분이 되면 사업집행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나성린(羅城麟)교수는 “광주 우회고속도로(1백억원), 부산∼울산고속도로(1백50억원), 청주∼상주 고속도로(2백억원) 등 지방에서는 아직도 불요불급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성태(盧成泰)한화경제연구원장도 신규착공하는 5개 고속도로와 일부 공항건설계획의 사업성을 의문시하면서 투자우선순위가 민간경제활동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어촌 및 국방예산삭감〓그동안 금기시됐던 농어촌예산과 국방예산을 삭감한 조치는 모든 전문가들로부터 ‘용기있는’결정이란 평가를 받았다. 김동건교수는 “농어촌예산을 삭감하면서도 유통부문을 60% 증액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국방예산의 경우 부실감사 등으로 아직도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고 주장했다.

▼실업대책 및 저소득자 보호예산〓예산집행의 효율성문제가 많이 제기됐다. 노성태원장은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일부예산을 고용창출 등 실효성이 있는 부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나성린교수는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증액이 필요하지만 관련 예산을 전체 사회복지정책틀에서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타〓민간부문에 비해 아직도 ‘안전지대’에 머물고 있는 정부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참석자들은 또 막대한 세금이 금융구조조정에 투입되고 있으나 아직도 금융부실 재발방지대책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