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부는 금강산관광이 예정대로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고 현대도 “10월 중순엔 반드시 출항한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현대에 대한 정부의 서운함이 배어 있다.정부의 불만은 현대측의 대북협상이 미숙하다는 것과 일방적으로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정부에 요구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통일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21일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의 유람선 출항 연기보도에 “그러기에 당초부터 출항날짜를 못박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혀를 찼다. 양측 합의서에는 유람선 출항일이 명시돼 있지 않은데도 현대가 ‘25일 출항’으로 스스로 못박고 나오는 바람에 문제가 복잡해졌다는 얘기였다.
정부는 또 현대가 사전협의 없이 유람선에서 카지노영업을 하겠다는 구상을 언론에 흘렸으며 유람선에 내항면허가 나오더라도 세금면제가 될 것처럼 얘기를 퍼뜨렸다고 믿고 있다.
현대 내부에선 다른 이유보다도 수지타산의 문제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 사업에 매달릴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마저 나오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미숙했다는 자성론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출항날짜를 9월25일로 못박은 것이 스스로를 옭아맸다는 것이다.
〈한기흥·이명재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