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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스케치]『자유질문 내가 먼저』

입력 1998-05-11 07:44업데이트 2009-09-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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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암담한 현실로 구체화되고 있는 경제난을 반영하듯 긴장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도 ‘구조조정’ ‘실업대책’ ‘부당해고’ 등 무거운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6시15분경 MBC에 도착, 이득렬(李得洌)사장 엄기영(嚴基永)보도제작국장과 분장실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환담한 뒤 오후7시 정각에 행사장인 D스튜디오에 입장했다.

김대통령은 방송이 시작되기 전 “자유질문자를 지명할 때 손을 열렬히 흔드는 사람은 곤란한 질문을 할 가능성이 많으니 질문권을 주지 말라고 누군가가 충고했다”고 방청객들에게 ‘고백’, 폭소가 터졌다.

7백여명의 방청객들은 이날 오후4시반경 MBC 사옥 면회실에 모여 구내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검색대를 통과, 입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전화 팩스 등을 통해 행사진행본부에 방청을 신청한 1천여명 중 선착순으로 선정된 사람들.

○…이날 진행자인 차인태(車仁泰)전제주MBC사장과 김은주(金銀珠)아나운서는 질문자와 김대통령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기 위해 가급적 말을 줄이면서 행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자유질문 시간에는 ‘대형 화물차의 일감부족’ ‘사회복지원 비리의혹’ 등 전체 분위기와는 다소 맞지 않는 ‘민원성 질문’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이에 대해 “담당부서에 지시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비서에게 연락해 조치하겠다”는 등의 답변으로 넘겼다.

○…방청석에서는 방청객들간에 서로 먼저 질문을 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해프닝이 속출.

일부 방청객들이 마이크도 없이 “나도 한마디 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나서자 방송진행요원들은 “혹시 이러다가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

방송진행요원들은 ‘극렬 요구자’에게는 직접 달려가 질문요지를 들은 후 달래거나 발언권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등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러나 한 방청객은 청각 장애자에게 질문과 답변내용을 수화로 전달, 눈길을 끌었다.

또 끝내 질문권을 얻지 못한 한 60대할머니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당해서 호소하려고 했는데…”라고 눈물을 훔치며 방송국을 나섰다.

○…김대통령은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의 애틋한 정을 털어놓아 방청객의 박수를 받았다.

김대통령은 ‘지금도 부인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 신혼처럼 생활하고 있다”면서 “얼마전 아내가 입원했을 때 잘못되면 큰일이다 싶어 하루를 빼고 매일 병문안을 했다”고 말했다.

사람은 일생을 살면서 두번 결혼하는데 한번은 젊었을 때 하는 결혼이고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뒤 둘만 남으면 다시 신혼이 된다는 게 김대통령의 설명.

김대통령은 “아내가 전처 자식들에게 친자식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사별한 전부인에 대한 그리움과 이여사에 대한 감사의 뜻을 함께 밝혔다.

김대통령은 또 “아내는 나 때문에 무진 고생을 했다. 내가 교도소에 있을 때 매일 면회를 와 서있다 관절염이 생겨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김대통령은 “아내의 장점을 보면 애정과 고마움이 생긴다”면서 “부부간의 애정도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차수·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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