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美 추가요구 수용 파장]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4분


「경제살리기」바쁜 행보
「경제살리기」바쁜 행보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찬밥 더운 밥」가릴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경제는 금융권과 기업 근로자 등 모든 부문에서 엄청난 격동과 파장에 휩싸일 것이 틀림없다. 경제전문가들은 『당장 국가부도(모라토리엄)를 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우리 경제가 단기간에 경제 각 부문의 동시 개혁을 감내할 만한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 걱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마주칠 파장을 살펴본다. ▼부실 은행과 종합금융사는 시장에서 쫓겨난다〓연내에 대원칙만 표방하겠지만 내년 1월중순에는 오늘날 금융위기를 불러 온 주역으로 지목돼 온 부실 종금사들이 무더기로 폐쇄될 예정이다. 모든 금융기관을 살려가며 「IMF고개」를 넘어 보겠다던 정부의 구상은 철저히 뭉그러지고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파장이 더욱 심각한 곳은 은행권. 부실은행으로 인식돼 온 제일 서울은행은 정부의 출자를 발판으로 재기를 꿈꿔왔으나 앞으로 외국인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 은행 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흑자부도가 증가하고 기업 정보가 새나간다〓부실은행이 매각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부실채권을 떠안고 괜찮은 채권은 다른 은행으로 넘기는 방법을 쓰게 된다. 다른 부실은행에서 넘어 온 고객(기업)에 기존 대출금 연장은 물론 새로운 대출금이 원활히 나가지 않을 것은 관행상 자명한 일. 이 때문에 기업들은 단기적인 운영자금을 못구해 결국 흑자부도를 내는 사태도 우려된다고 시중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또 국내 대형은행이 외국인에게 매각되면 대기업의 기업정보, 특히 외국업체와 필사적인 경쟁을 벌이는 투자사업 계획 등이 고스란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기성 외국자금이 활개친다〓우리 외환시장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돈은 자유롭게, 나갈 때는 힘들게」 운영돼왔다. 이같은 외환관리법을 IMF와 미국이 문제삼아 앞으로 대폭 고쳐진다. 그들의 주장은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장하지 않으면 누가 달러를 들고 오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외국자본의 환차익과 주식거래차익은 한껏 올라가 엄청난 규모의 국부(國富)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이 달러당 1천원이었을 때보다 2천원일 때 달러로 살 수 있는 주식 수는 두배다. 외국자본이 일거에 몰려오면 주가는 단기간에 뛴다. 종합주가지수가 두배로 뛰면 외국인의 시세차익도 다시 두배. 이때쯤 환율은 급속히 낮아진다. 외국자본이 주식을 팔아 만든 한국돈으로 달러를 바꾸면 외국자본은 당초 가져온 것의 몇 배에 해당하는 달러를 손에 쥔다. 한은관계자들은 『안타깝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 원화 자금시장도 함께 요동치게 되므로 선진금융기법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을 만들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느는 반면 기업의 구조조정은 급속히 이뤄진다〓정부는 99년말까지 유예한 정리해고제를 내년부터 앞당겨 실시한다. 실업공포가 심각해질 것이다. 당초 1백만∼1백20만명으로 예상되던 내년 실업자수는 2백만명에이를수있다는 것이 민간연구소의 분석. 정리해고제와 함께 도입되는 근로자파견법도 근로자 생계를 위협할 것이다. 이는 용역회사가 기업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을 인정하는 법이다. 많은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을 늘릴 것이다.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급여는 정규직의 50∼80%로 깎이게 된다. 현재 국내 용역회사는 1천5백개 이상이며 파견 근로자는 23만명선. 반면 차입경영과 문어발식 확장경영을 당연시해온 대기업들은 이같은 법 시행으로 불필요하거나 수익성 없는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고금리 행진이 이어진다〓그렇지 않아도 금융시스템이 망가져 금리가 급등하는데 이자제한법을 폐지하면 금리가 치솟고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이 훨씬 가중된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기업들은 연3%의 저금리 자금으로 제품을 만드는 반면 한국기업은 연30∼50%대의 고금리 자금으로 생산한다면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재계관계자들은 『재벌그룹 계열사간에 상호지급보증을 막는 등 재무구조개선압박이 심해지는 마당에 금리마저 폭등하면 살아남을 기업이 별로 없다』고 고민하고 있다. 〈윤희상·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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