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파업사태]협력업체, 『장기화땐 공멸』 위기감

  • 입력 1997년 10월 23일 20시 05분


『화의든 법정관리든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기아그룹 사태의 장기화로 극도의 경영난에 빠진 기아 협력업체들은 『기아그룹 계열사들의 파업은 치명타』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물품 대금의 10%도 받지 못한 채 그동안 납품을 계속해왔으나 23일 기아자동차 등이 『파업으로 부품 구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당장 공장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아측과 철저하게 공동 보조를 취해왔던 협력업체들은 책임의 화살을 기아측에 돌리는 분위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의 파업은 결국 공멸(共滅)로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판단 때문이다. 엔진케이스를 기아자동차에 납품해온 경기 안산의 H사. 돈줄이 막힌지는 이미 오래고 직원의 5%가 일터를 떠났다. 22일엔 기아자동차의 파업 소식이 알려지면서 라인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언제 납품 요구가 올지 몰라 일부 라인만 가동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엔 기아 집회에 동참해 정부의 기아처리 방식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협력업체들에는 금기시돼온 제삼자인수 찬성의사를 서슴없이 표시하며 『어떤 형태든 빨리 사태가 해결돼야만 협력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인근에 위치한 W사는 이미 두달째 임금과 상여금을 체불했다. 그런 가운데 은행으로부터 부도난 기아 어음의 환매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기아자동차의 라인이 돌아가야 한다』며 『기아도 정부 방침에 따라 타협점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이 이처럼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것은 사태가 너무 오래 끈 탓도 있지만 정부가 기아의 법정관리 방침을 밝히면서 협력업체 지원방침을 함께 내놓았기 때문. 협력업체들은 정부 방침대로라면 기아의 재산보전처분이 떨어지는 11월초에는 자금 지원이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협력사 관계자들은 『기아 계열사의 파업이 오래 가면 정부의 자금 지원이 시작되기도 전에 쓰러지는 협력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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