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험사『만기 안된 돈 갚아라』횡포

  • 입력 1997년 3월 5일 19시 46분


[이용재기자] 『돈을 가져다 쓰라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상환기일도 안됐는데 앞당겨 갚으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건 무슨 경우입니까』 경기 파주의 코팅용 필름제작업체 ㈜GMP(대표 金良枰·김양평)는 최근 대주주인 미국 GBC사로부터 제품판매대금 14억원을 납품이전에 선수금으로 받았다. 필요하면 자본금 선수금등 어떤 형태의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세계시장점유율 2위, 연평균 매출성장률 30%대를 기록할 만큼 탄탄한 GMP가 미국측 합작파트너로부터 이런 지원을 받게된 것은 한보부도 이후 거래 금융기관들이 느닷없이 50억원에 이르는 자금회수에 나섰기 때문. 그중에는 상환기일이 닥치지 않은 돈도 포함돼 있었다. 엉뚱한 빚독촉에 나선 금융기관들은 지난 95년 GMP에 제발로 찾아와 자신들의 돈을 쓰라며 권유하던 K보험사 등 5곳. GMP관계자는 『상환을 독촉하는 곳은 대출금을 다 갚아버리고 거래를 끊겠다』며 『우리야 자금이 비교적 넉넉하니까 문제가 없지만 이같은 금융기관들의 횡포가 계속된다면 운전자금이 부족해 흑자도산하는 우량중소기업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보부도이후 보험 종합금융 신용금고 등이 대출에 소극적인 틈을 타 외국계은행들이 한국금융기관이 떠난 빈자리를 찾아나서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체이스맨해턴은행 한국지점 관계자는 『탄탄한 중소기업, 특히 외국기업과 합작한 업체를 상대로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며 『금융기관이 무조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대출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신용을 최소화하는 잘못된 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부품업체 L사장은 『최근 외국계은행 2곳으로부터 자금을 쓰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검토중』이라며 『이자가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기업의 신용을 위주로 여신을 관리하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을 이용하는 것이 속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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