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熙城·鄭景駿 기자] 朴宜松(박의송)우풍상호신용금고회장과 李鶴(이학)신극동제분회장 등 한화종합금융의 소수주주가 한화종금을 상대로 시도한 적대적인 합병인수(M&A)는 결국 무위로 끝나게 됐다.
특히 6일 법원이 대주주였던 한화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앞으로 경영권을 위협받는 기업들은 사모사채를 경영권 방어의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경영권분쟁은 전례없이 소수주주가 대재벌그룹의 계열사를 노렸다는 점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되며 관심을 끌었으나 임시주주총회까지 갈 것도 없이 지분대결에서 한화측이 판정승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경영권분쟁은 국내 대기업들에 △소수주주를 홀대하면 곤경에 처할 수가 있으며 △대기업이라고 적대적인 M&A의 무풍지대에 있을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한화그룹과 함께 지난 82년 한화종금을 공동 설립한 박회장은 자신이 동업자로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평소 가깝게 지낸 이회장을 끌어들여 한화그룹에 대항했다.
지난해 8월부터 박회장측이 은밀히 장내외에서 한화종금주를 40%가량 매집했는데도 한화그룹측은 작년 12월6일 이 사실을 박회장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때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한화그룹이 한화종금주를 매입했으나 박회장측이 확보한 지분에는 태부족이었다.
그러나 수세에 몰렸던 한화그룹측은 지난달 7일 회심의 승부수를 던졌다. 발행즉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모(私募)전환사채(CB·주식으로 모두 전환하면 18%지분이 늘어남) 발행방침을 밝힌 것. 이 사모사채는 모종의 밀약에 의해 우호세력인 삼신올스테이트 등 대우그룹 협력사들이 인수했다.
박회장측은 이에 강력 반발, 서울지방법원에 전환주식 의결권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박회장측은 『주주간에 경영권분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립을 지켜야 할 회사(한화종금)가 기존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모CB를 발행한 것은 소수주주의 이익을 짓밟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증권규정상 공모(公募)전환사채의 경우 내부자거래를 방지하고 주식공급물량을 조절키 위해 발행후 6개월이 지나야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모전환사채의 경우 이같은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 한화측은 이점을 이용한 것이다.
한화종금의 사모CB 발행이후 경영권분쟁 소지가 있는 신촌사료 등 일부상장사들이 앞다퉈 이같은 방식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해당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빚어졌다.
증권전문가들은 『비록 법원이 사모CB발행을 법적으로 인정했지만 증시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부가 사모CB발행을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