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池明勳기자] 부도사태이후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직원들의 마음속엔 야속함과 고마움이 교차하고 있다. 그동안 거래해오던 업체들의 부도이후 대하는 태도가 가지가지이기 때문.
부도 하루만인 지난 24일 한전과 유공은 즉각 전기와 LPG공급 중단을 일방통보했다.
에너지공급 중단은 곧 공장가동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보 직원들로서는 절망감마저 느꼈다.
30일 공장 정문을 트럭으로 가로막고 제품 출하를 저지하며 나흘째 밀린 운송요금 지급을 요구하는 운송업체들과 부도 다음날부터 아무런 연락없이 결근해 조업차질을 가져온 이 지역 9백여 일용직근로자들에 대해서도 박정하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
한보철강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거래계약을 따내기 위해 추파를 던지던 얼마전과는 너무 다른 태도로 돌변해 비정함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거래처들이 매몰차지만은 않았다.
그간 제철소 식당에 쌀을 공급해온 송악농협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미지급된 지난해 12월대금은 물론 앞으로도 대금을 못받을지언정 먹는 일에 몰인정해서는 안된다』며 쌀을 계속 공급키로 결정했다.
이 농협 李慶訓(이경훈)조합장은 제철소를 직접 찾아가 『여러가지 걱정이 많을텐데 쌀 걱정은 하지마라』고 격려, 부도후 바로 쌀 공급을 중단한 인근 S농협과는 대조를 보였다.
이와 관련, 柳喆熙(유철희)충남부지사는 지난 27일 열린 지역대책협의회에서 『송악농협의 쌀 공급은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당진지역 기업인들도 지난 25일 제철소를 찾아와 『그간 한보 때문에 당진경제가 기지개를 켰는데 이제는 우리가 도울 차례』라며 훈훈한 인심을 보여 주었다.
한보철강 관계자는 『경제조직체간 거래관계에 인정이란 잣대를 대는 것은 어울리지 않지만 일부의 호의는 각종 특혜시비와 의혹제기에 관계없이 「자리지키기」를 결의한 제철소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