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간수의 시선으로 바로본 안중근 의사에 관한 소설 ‘죽은 자(이토)가 죄인이다‘ 가 나왔다.
이 책을 쓴 류기성 작가는 편협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역사관을 넘어서기 위해 감옥에서 안중근을 가장 가까이서 감시했던 일본인 간수 치바 도시치(千葉十七)를 화자로 소환한다. 적국의 죄수와 간수라는 사슬 속에서 피어난 기적 같은 교감은 안중근이 지닌 본질적인 위대함을 증명하는 열쇠가 된다. 이 책은 민족주의적 열광의 안개를 걷어내고, 적조차 감화시켰던 안중근의 고결한 인격과 동양평화론의 진정한 가치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올해로 안중근 의사가 여순 감옥에서 순국한 지 116주년이다. 흔히 1909년 하얼빈 역의 총성과 영웅적 쾌거만을 기억하지만 정작 ‘인간 안중근’의 내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류 작가의 작품이 지닌 가장 중대한 가치는 안중근을 박제된 영웅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인격체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일본인 간수 치바 도시치는 처음에 안중근을 이토를 살해한 ‘폭도’이자 ‘테러리스트’로 간주했다.
이는 당시 일본 제국주의가 국민에게 주입한 전형적인 세뇌의 프레임이었다. 그러나 옥중에서 안중근이 보여준 의연함과 동양 평화에 대한 고결한 신념은 치바의 편견을 단숨에 끊어버렸다.
류 작가는 안중근이 옥중에서 보여준 소소한 일상의 태도에 주목한다. 죽음을 앞둔 극한의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글을 쓰며 기도를 올렸던 안중근의 모습은 진정한 양생(養生)적 삶의 극치다. 안중근에게 옥중 생활은 단순한 구속이 아니라 자신의 사상을 완성하고 타인을 감화시키는 마지막 여행지였다.
이토 히로부미라는 ‘죽은 자’가 저지른 침략과 학살의 죄악을 안중근은 총탄으로 심판했지만 그가 진정으로 꿈꿨던 것은 피의 복수가 아닌 상생의 길이었다. 일본인 간수조차 인연으로 품어 안았던 안중근의 넉넉한 도량은 오늘날 갈등과 증오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치바 도시치가 전역 후 고향으로 돌아가 평생 안중근의 사진과 글씨를 모시고 매일 아침 차를 올렸다는 사실은 안중근의 승리가 단지 하얼빈의 총성에 그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것은 적의 영혼마저 구원한 진정한 정신의 승리였다.
류 작가는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결과를 탓하기 전에 그 원인을 바로잡아야 하며, 패권적 제국주의를 추구한 일본의 나쁜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사상이나 주의가 선량한 국민과 주변 국가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밝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전쟁은 영원히 피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사람들이 서로 화해하고 함께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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