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다룬 2021년 작품
지난달 美 이어 英서도 출간 앞둬
노벨상 수상 뒤 나온 소설에 관심
한강 작가(사진)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 영문판이 올해 해외 각지에서 잇달아 출간되자 현지 주요 외신들도 관련 리뷰 및 특집 인터뷰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이 책은 2021년 출간됐지만, 영미권에선 지난해 10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뒤 선보이는 최신작이다 보니 더 큰 관심을 받는 모양새다.
영국에서는 6일(현지 시간) 해미시 해밀턴 출판사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영국판을 출간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 한 작가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신작을 소개했다. 한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폭력이 아니라 사랑”이라며 “학살과 인간의 굴욕, 잔혹함에 대해 쓰면서도 사랑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국판은 영역본으론 처음으로 데버러 스미스가 아닌 다른 번역가들이 번역을 맡았다. 한강은 인터뷰에서 스미스의 ‘오역 논란’에 대해서는 “실수와 번역의 자유가 혼재돼 있었다”며 변호했다.
미국에선 지난달 중순 호가스 출판사에서 번역판이 출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맞춰 미 소설가 리디아 밀레의 서평을 게재했다. 밀레는 “가장 인상적인 것은 (4·3사건에 대한) 한강의 역사적 보고(historical reportage)”라며 “공간, 시간 속에서 멀어진 사람과 사건이 얼마나 끔찍하게 가리워질 수 있는지 소름 끼치게 일깨워준다”고 평했다.
다만 밀레는 “이 소설은 시적인 클리셰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글쓰기 워크숍에서 피하라고 조언할 법한 영역으로 들어간다”며 “번역에서도 때로 과장된 표현들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비극적인 현실로 가득 찬 이 작품에서 과도한 수사적 표현에 대해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사소해 보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해당 작품을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어떻게 세상을 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하려는 시도”라고 소개하며 “소설에서 독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알 수 없으며 한강의 글쓰기는 신체와 영혼, 형식과 스타일을 연결하는 실험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고 평했다.
한편 빠르면 연초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강의 신작은 아직 집필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작가는 지난해 말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신작이 될 짧은 소설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매우 이상한’ 이야기들”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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