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어슬렁거리는 지구서 사라지는 ‘명징한 아름다움’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23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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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독집 앨범 공개…'나는 지구인이다'
"젊은이들한테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어"…NFC 카드 앨범 발매
김창완밴드, 12월13일 블루스퀘어서 크라잉넛과 합동 공연

“혼자서 보내는 밤 가만히 밖을 봐요 / 어둠이 모두를 숨겨서 가져가요 / 나는 이렇게 있는데 모두들 사라지네 / 달과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너무나 멀어요”

‘김창완 밴드’ 리더인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김창완(69)이 ‘산울림’ 시절 노래한 ‘아무도 없는 밤에’(1978년 발매한 제3집 수록곡) ‘사라짐의 미학’이 뭉근하게 배어 있다. 20대 청년 시절의 이 관조(觀照)적 태도는 여전한데, 더 따듯해졌다.

김창완은 23일 오후 서울 벨로주 홍대에서 열린 독집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사실 음악이라는 게 사라지는 거잖아요. 저는 음악이 사라져서 너무 좋아요. 아까 부른 노래가 다 없어졌잖아요. 이렇게 명징한 아름다움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지구인이다’는 김창완이 2020년 발표한 ‘문(門)’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독집앨범이다. 타이틀곡 ‘나는 지구인이다’는 신스팝이다. 그간 김창완이 해 왔던 직선적인 록이나 소박한 포크의 형태 대신 전자 음악 사운드를 바탕으로 복고풍 정서를 담았다.

‘나는 지구인이다’는 김창완의 현재 인식하고 있는 문제의식을 비집고 나왔다. 그는 “환경 문제, 전쟁 같은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소식들이 어떻게 보면 참 잔인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이런 환경에서 무력감을 느꼈고 심지어 죄책감도 들고 제 자신이 형편없는 거예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는 와중에 문득 ‘나는 지구인이다’는 말을 읊조렸다. 한동안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두 소절을 흥얼거리고 다녔고 이를 김창완밴드의 키보디스트 이상훈에게 보냈는데, 그가 신스팝으로 편곡해 다시 보내줬다.
“지난 안양 공연에서부터 ‘나는 지구인이다’를 한 두어 차례 불러봤는데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어슬렁거리는 이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 지 거기를 거닐러 다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지 이걸 전하고 싶었어요.”

이후 김창완은 이날 무대에서 직접 어슬렁거리듯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 동요풍 멜로디와 가사를 지닌 ‘이쁜 게 좋아요’, 그리고 ‘식어 버린 차’와 ‘시간’을 기타 연주와 함께 천천히 들려줬다.

총 13곡이 실린 앨범은 24일 발매된다. 김창완이 서른 살 되기 직전인 40년 전 발표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상이다. 김창완이 직접 그린 ‘지속적인 그리움’이라는 제목을 지닌 이미지가 앨범 커버다. 다음은 김창완과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노래뿐 아니라 연기, 라디오 DJ까지 다양한 방면을 오랫동안 쭉 꾸준하게 활동하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사실 매일매일 저도 어제 제가 아니길 바라요. 일신우일신의 자세로 살고 있는데 마음만 그렇지 구태를 벗어 던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나는 지구인이다’를 만들 때만 해도 ‘내가 뭘 더 내려놔야 노래가 나올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욕심이나 도그마 이런 것으로부터 벗어나야지라는 생각이 간절했죠. 그런데 지겹도록 똑같은 일상이 저에겐 진짜 큰 기둥이에요. 그게 아마 저의 일상을 지켜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침창’(SBS 파워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스태프나 청취자들이 굉장히 고맙고요. 최근 공연을 많이 하는데 공연장에 찾아오시는 팬들을 보면서도 감사합니다. 낳아주신 부모, 키워주신 부모 이야기가 있는데 이 분들이 저를 키워주셨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앨범 커버 표정이 보니까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니고 미묘한 표정이에요.

“그리움을 표정으로 나타내기보다는 그리움의 그 긴 시간을 얼굴로 나타낸 거예요.”

-‘나는 지구인이다’ 후렴구 감성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정서를 갖고 곡의 그림을 그리셨는지요.

“실제 이 노래를 취입하면서 눈물을 진짜 많이 흘렸어요. 슬퍼서라기보다는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쩌면 벅차기도 하고 그래서요. 너무 일상이 돼버린 우리의 삶이요, 뒤집어 보면은 진짜 기적 같은 나날들 아니겠어요 그런 것에 대해 ‘화들짝’ 깨어났다고 할까요. 노래 부를 때마다, 이제 꽤 익숙해질 만한데 굉장히 먹먹해져요. 상당히 기쁨으로 벅찬 그런 감정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이번 앨범을 젊은 세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들었으면 하나요(김창완은 이번 앨범을 CD와 스페셜 박스로 구성한 LP 외에 젊은 층을 위해 무선 통신 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활용한 카드 앨범으로도 내놓는다).
“어릴 때부터 ‘자유 자유’ 외치면서 커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얼마나 갇혀 있는 사람인가는 제 스스로가 잘 알아요. 거기에 비하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굉장히 양심적이고 또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알고 시야도 더 넓고 컴퓨터도 잘 만지죠. 그래서 그 젊은 세대가 정말로 고마워요. 앞선 세대는 얄팍한 경험에 비춰서 감히 조언하려고 들지 않아야 하고요. 젊은이들을 위해서 또 미래 세대를 위해서 과감히 버려도 되는 것도 너무 많죠.”

-40년 전 ‘기타가 있는 수필’을 발표하셨을 때와 지금이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40년 전에는 굉장히 용감했던 것 같아요. 감히 고등어를 가사로 넣는다든지 ‘식어버린 차’ 같은 경우엔 클래식에 클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감하게 그런 풍의 연주를 해본다든지… 저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만큼 용감했어요. 지금은 용감한 게 참 없어진 것 같아요. 그런데 하나 변하지 않는 건 1983년에 ‘기타가 있는 수필’을 만들 때는 7시간 만에 연주하고 마스터까지 끝냈어요. 3시간 반 동안 노래하고 반주를 하고 그 다음에 3시간 반 동안 오버 더빙 해 갖고 마스터 테이프를 가지고 나왔어요. 그게 바로 판이 된 거예요. 이번 앨범도 5시간 만에 제 작업을 다 끝냈어요. 이번 앨범도 그때나 지금이나 그거는 변하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앨범 제작에 돈도 많이 들고 하니까 웬만해서는 ‘안 틀려야지. 시험 100점 맞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녹음을 해서 빨리 끝냈어요. 요새는 안 그래도 되는데 왜 그렇게 했냐면요. 아까 부른 노래가 다 없어졌잖아요. 이것처럼 아름답고 명징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이 왜 좋아요. 요새는 주저없이 ‘사라져서 음악이 좋습니다’라고 해요. 그 사라짐을 더 담겠다고 오버 더빙을 하면 자꾸 벽돌처럼 박혀요. 저는 그게 귀로 들려요. 근데 요즘에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음악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귀에 서걱거리는 노래들이 참 많답니다. 물론 어색하고 틀린 부분도 있고 막 그래요. 그런데 그 사라지는 소리가 음악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래 할 생각은 안 해요.”

-오는 12월13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선 김창완밴드로서 크라잉넛과 합동 공연을 펼치십니다.

“그런 자리를 통해서 의미가 생겼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사실은 한 4~5년 됐죠. 대규모 공연이라고 장기하와 얼굴들 또 크라잉넛 저희 김창완밴드가 투어를 했어요. 이번에 두 팀만 하는데 사실 지난 여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공연을 하면서 관객이 그야말로 물갈이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젊은이들하고 함께 하는 좀 더 넓은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일단 이렇게 올해 작은 물꼬라도 틀면 내년에는 더 좀 큰 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젊은이들한테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어요. NFC 카드 앨범도 그래서 낸 거예요. 요새 젊은이들이 또 그걸 찾는다고 그래서 그렇게 디자인했죠. 하하.”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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