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끊긴 가수에서 150만 유튜버로…차다빈의 비상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7일 1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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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 가수 활동, 코로나19로 눈물
유튜버 초기에는 조회수 낮아 눈물
다국어 노래부르기 콘텐츠로 '대박'
"베트남 여행 가니 직원이 알아 봐"
첫 싱글 '언록' 발매…"나의 재발견"
"'날개를 펼쳐' 메시지 전하고파"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구독자 수가 늘었다. 불과 한 시간 만에 133만명에서 134만명이 됐다. 그로부터 약 2주가 지난 현재는 15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연예인이 아닌 개인 크리에이터로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성장세다. 노래 커버 유튜버 차다빈의 이야기다.

뉴시스는 지난달 26일 차다빈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수수한 모습으로 카페에 들어온 그는 마치 쇼츠 영상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만 같았다. 기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채널 성공 소감’을 물었고, 차다빈은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미소 지었다.

크리에이터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보컬 트레이너와 여성 듀오 가수 활동을 병행하던 그는, 2019년부터 유튜브에 다른 뮤지션의 노래를 부르는 커버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한 달에 1~2편을 게재하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콘텐츠 생산에 본격적으로 매진한 건 코로나 팬데믹 이후였다. 차다빈은 “약 2년 동안 (듀오 가수로)지방에서 공연하며 점점 수도권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찰나에 코로나가 터졌고, 일이 한순간에 싹 사라져 버렸다”면서 “그때 딱 반년만 유튜브 활동을 치열하게 해 보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차다빈은 ‘화음 쌓기’ ‘좌우 음성’ 등의 노래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지만, 조회수가 들쭉날쭉한 데다 점차 줄어들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계속해서 실적이 안 나와서 ‘망했다’며 한바탕 운 적도 있다”는 설명이다.

숏폼 영상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해외 시청자까지 겨냥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노래 가사를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한 후 이어 부르는 콘텐츠인 ‘다국어로 노래 부르기’는 크게 주목을 받으며 그의 대표 콘텐츠가 됐다.

차다빈은 “다양한 언어로 노래하는 건 새롭지 않지만, 그걸 쇼츠로 스피디하게 하는 사람은 별로 못 봤다. 특히 여자 크리에이터가 한 건 거의 없어서 재빨리 시도해 봤다”고 설명했다.

이 시리즈로 ‘큐피드’ ‘이프 위 에버 브로크 업(If We Ever Broke Up)’ ‘꽃’ ‘띵띵땅땅’ ‘토카토카’ 등을 커버했다. 한 편도 빠짐없이 수천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차다빈은 글로벌 스타로 부상했다.

녹음과 편집, 노래 연습 등 실내 작업을 주로 진행하는 그다. 집 밖에 잘 나가지 않아 국내에서는 인기 체감을 거의 못 했지만, 베트남에 가족 여행을 가니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 직원이 ‘유튜브 그 사람 맞냐’고 묻더라. 가족들 앞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니, 유튜버도 참 괜찮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주변인의 반응도 뜨겁다. 차다빈은 “사실 나는 당장 내일 어떤 영상을 찍을지, 이번 주에 뭘 올릴지 고민하느라 성장 추이를 잘 못 본다. 그런데 오히려 친구들과 가족들이 ‘오늘은 이만큼 늘었다’고 신나게 말해 준다”면서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차다빈의 첫 싱글 ‘언록(Unlock)’이 발매됐다. 언록은 힘찬 고음으로 이뤄져 있으며, ‘갇혀 있던 나를 깨워’ ‘날개를 펼쳐 지금부터’ 등 희망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그는 “작사 작업을 하면서 특히 어필한 내용이 있다”면서 “내가 굉장히 좌절하던 시기가 있었다. 누구나 우울하게 집 안에 틀어박히는 순간이 있지 않나. 바로 지금 그런 상황을 겪는 이들에게, ‘나도 이렇게 벽을 깨고 나와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과거에는 ‘고음을 시원하게 낸다’는 이야기를 많이 못 들어서, 개인 싱글로는 힘차게 지르는 듯한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다”면서 “적절한 곡을 만난 것 같다. 나의 재발견이다”라고 표현했다.

최근 크리에이터와 엔터테이너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면서, 크리에이터를 일종의 ‘과정’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즉 방송인이나 연예인이 되기 전 밟는 단계로 간주하는 것이다. 차다빈의 주변에서도 ‘노래 커버로 명성을 쌓았으니, 이제 정식 가수의 세계로 들어가라’는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차다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크리에이터가 어떤 종착지를 향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면서 “이건 내 직업이다. 지금처럼 (노래 커버)활동을 지속하면서 개인 앨범도 내고, 무대에도 설 수 있다. 그렇게 전부 가져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열정과 자부심의 배경에는 굳건한 초심이 있었다. 차다빈은 “정말 활동 초창기 때 달린 댓글이 있다. ‘지금 투병 중인데, 다빈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몸이 안 아파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라면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힘이 빠질 때마다 그 댓글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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