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은 강릉최씨 대경공파 재경종친회로부터 1998년 보물로 지정된 ‘최유련 개국원종공신녹권’을 기증받았다고 7일 밝혔다. 공신녹권은 공신에게 수여했던 상훈 문서로 공을 세운 신하의 공적과 포상내용을 기재하여 그 특권을 증명하는 문서다.
조선은 1392년 8월 공신도감을 설치하고 왕조 창업에 공을 세운 이들을 ‘개국공신’과 ‘개국원종공신’으로 선정했다. 고려 공민왕 때 문하시중평장사를 지낸 최유련은 태조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해 조선왕조를 창업한 공으로 1395년 개국원종공신에 봉해져 공신녹권을 받았다.
강릉최씨 문중에서는 예로부터 공신녹권이 전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실체를 찾지 못하다가 1990년대 들어서야 경기도 여주에 거주하는 종인(宗人) 최덕중씨의 자택에서 보관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최덕중씨의 선조들은 전란과 화마 속에서도 공신녹권을 지켜냈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피난 전 공신녹권을 항아리에 넣어 마당에 묻어두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600여년 넘도록 공신녹권이 온전한 모습으로 전해질 수 있었다.
이번 기증은 소장자의 협조와 박물관의 사전 준비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된 ‘기획 기증 사업’의 성과 중 하나다. 최은철 회장은 “선조께서 남겨 주신 소중한 문화유산을 종친회에 보관할 것이 아니라 널리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며 “유물이 도난되거나 손상될까 노심초사했는데 이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김용석 서울역사박물관장은 “600여년을 지켜온 귀중한 문화재를 서울시민에게 주신 강릉최씨 문중 여러분의 큰 결심에 감사드린다”며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살려기증유물을 시민들이 널리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일반 시민과 관련 연구자 등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신녹권 고화질 사진 파일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또한 유물 상태 확인, 보존처리 등을 거처 이달 중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