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유럽 심사, 英처럼 2단계 수순… 업계 “승인 가능성에 무게”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2월 16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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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기업결합심사 오는 17일 기한… 2단계 돌입 전망
우려와 달리… “대응 시간 충분히 확보” 평가
영국처럼 추가 심사 수순… 英, 승인 암시 공지
중복노선 4개에 불과… 경쟁제한 해소 용이
“대한항공 최근 다른 항공사와 활발하게 접촉”
정부 지원 큰 도움… “까다로운 중국 승인 이끌어”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연합(EU) 기업결합심사가 2단계(Phase 2)에 접어들 가능성이 관측된다. EU 경쟁당국이 해당 건 기한을 오는 17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17일 이후 추가적인 기업결합심사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2단계 돌입 시 기업결합심사가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EU와 사전협의를 거쳐 약 2년여 시간이 흐른 올해 1월 13일 정식으로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영업일 기준으로 25일간 시장경쟁성과 독점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1단계 심사가 이뤄지는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2단계 심사로 넘어가게 된다.

2단계 심사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이유는 검토 기간이 길다는데 있다.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경쟁당국과 시정조치안에 대해 협의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충분한 보완을 통해 기업결합심사 승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 의견이다.
○ 우려와 달리… “시간 넉넉한 2단계(125일) 대응 유리”
EU 합병 규칙을 살펴보면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의 경우 당사자가 우려할만한 점을 해소할 수 있는 시정조치안을 1단계나 2단계에서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1단계 심사는 25일(영업일 기준)에 불과하다.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면 여기에 10일 더 연장된다. 미리 사전협의 기간을 거치기는 하지만 심사 기간이 짧기 때문에 경쟁당국 요구 기준을 완벽하게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1단계에서 시정조치안을 낸 경우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추가 조사 없이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EU의 기준이 높기 때문에 쉽게 통과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단계는 검토 및 협의 기간이 영업일 기준 최대 125일이다. 경쟁당국 요구 조건을 맞추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셈이다. 또한 구체적인 시장 상황에 대해 심층조사를 통해 면밀히 판단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시정조치안에 대한 완성도 높은 조율과 보완이 가능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승인 가능성이 1단계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전략적 판단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2단계를 노리고 심사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항공사 여객운항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응하지 않고 심사 경과에 맞춰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시정조치안을 준비 중이라는 분석이다.
스페인 IAG
스페인 IAG
○ ‘중복노선 70개’ 통합 무산 사례 비교하면… 대한항공·아시아나 승인 가능성↑
EU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이 무산된 사례를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순조로울 것으로 점쳐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페인 IAG와 에어유로파, 캐나다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젯 기업결합심사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스페인 1위 항공사 IAG와 3위 에어유로파는 EU 경쟁당국으로부터 2단계 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경쟁당국 보완책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고 스스로 합병 결정을 철회했다.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젯도 마찬가지다. 합병을 철회한 주요 이유로는 중복노선을 들 수 있다.

IAG와 에어유로파의 유럽 내 중복노선은 무려 70여개에 달한다.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젯은 30여개다. 경쟁제한성을 낮추기 위해 중복노선에 새롭게 진입해야 하는 항공사(Remedy Taker)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항공여행 시장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 수많은 중복노선 해소가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유럽 여객 중복노선이 파리와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에 불과하다. 중복노선 신규 진입 항공사 발굴과 설득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2단계 심사 진입을 앞둔 대한항공이 국내·외 여러 항공사와 활발히 접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경쟁제한성 완화를 위한 보완책 준비가 마무리 수순인 것으로 보고 있다.
○ EU 심사 축소판 ‘영국 심사’ 영향 긍정적… “정부 차원 지원도 큰 힘” 평가
기업결합심사 승인 여부 발표를 앞둔 영국 심사 결과도 EU 경쟁당국 심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U와 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과정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 심사 과정도 EU 기업결합심사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26일 내려야 할 시정조치안 승인 여부 결정을 다음 달 23일로 미룬 상태다. 하지만 영국 경쟁당국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심사 조기 종결을 위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승인 가능성을 담았다는 평가다. 항공업계에서는 영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심사 결과가 EU 기업결합심사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지원도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와 외교부 등 관련 정부부처가 각국 경쟁당국에 서신과 면담을 통해 합병 필요성과 소비자 보호계획을 공유하면서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작년 말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경쟁당국의 승인도 이끌어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EU 경쟁당국의 2단계 심사가 경쟁제한 우려 해소 방안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승인 받을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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