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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설은살’ ‘하루갈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입력 2022-07-23 03:00업데이트 2022-07-2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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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말들/유종호 지음/424쪽·2만 원·현대문학
이호재 기자
최근 재미 삼아 했던 2022년 버전의 신조어 테스트에서 처참한 성적을 받아 들었다. 67개 문제 중 9개의 정답만 맞혔다. ‘어쩌라고, 가서 TV나 보라’는 뜻의 ‘어쩔티비’, 유튜브 등의 구독을 취소한다는 뜻의 ‘구취’는 알고 있던 신조어다. 반면 갑자기 통장을 보니 알바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뜻의 ‘갑통알’, 오늘 운동 완료했다는 ‘오운완’은 알지 못했다. 낮은 성적에 왜 이런 신조어 테스트를 해야 하나 반감이 들던 차에 이 책을 접했다.

1세대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인 유종호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의 에세이다. 1935년생인 유 전 회장은 초등학교 때 광복을 맞았고 중학교 때 6·25전쟁을 겪었다. 그는 책에서 과거에 잘 썼으나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207개 단어의 뜻에 대해 살핀다. 책은 내게 또 다른 의미의 신조어 테스트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설은살’이라는 단어를 처음 읽고 ‘서른 살’을 잘못 쓴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 단어는 동지섣달에 태어난 아이의 나이를 뜻한다. 유 전 회장은 이 단어가 익숙하지 못하다, 모자라다는 뜻을 품고 있다고 짐작하나 기원을 찾을 길은 없다. 감칠맛 나는 우리말이 사라져 간다고 애석해할 뿐이다.

소가 낮 시간 동안 갈 수 있는 논밭의 넓이를 나타내는 ‘하루갈이’라는 단어는 어떤가. 소로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소가 하루에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도 모르는데 이 넓이를 짐작할 수나 있을까. 나 같은 이들의 생각을 아는지 유 전 회장은 이 단어는 도시의 청년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말이라고 평가한다.

버리기 아까운 말도 있다. 낮잡아 홀하게 대접한다는 뜻의 ‘층하’라는 말이 그렇다. 과거 “음식으로 사람 층하하면 못 쓴다”는 식으로 쓰이곤 했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교육 기회가 늘어나면서 평등 의식이 퍼진 덕에 한때 널리 쓰인 단어였다는 게 유 전 회장의 설명. 요즘 말론 ‘갑질’이라는 단어와 가깝다.

유 전 회장이 책을 쓴 건 말을 통해 과거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말은 그 자체로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상 모두를 담고 있다. 옛 단어를 살피는 일은 그 단어를 쓰던 사람들이 살던 세상을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일이다. 고령 세대와 젊은 세대의 언어가 서로에게 외국어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른 언어를 쓰는 요즘, 옛 단어를 소개함으로써 세대 간극을 줄이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처구니없어 보이던 2022년 버전의 신조어 테스트가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설정을 하라는 뜻의 ‘좋댓구알’은 유튜브를 많이 보는 세대의 특징이겠다. 혼자 노는 브이로그를 뜻하는 ‘혼놀로그’는 누군가와 너무 어울리기보단 홀로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뜻의 ‘복세편살’은 대의보단 소소한 행복을 중시하는 모습 아닐까. 세대 갈등이란 말이 횡행하는 시대, 사라지는 말들과 생겨나는 우리말을 익히는 일종의 ‘외국어(?) 공부’가 이를 줄일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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