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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설문대할망이 빚은 탐라… 돌 하나하나 오백장군의 천군만마 기운

입력 2022-06-04 03:00업데이트 2022-06-0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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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제주 창세기 빛내는 별 신화
별기운 뻗어내리는 곳서 산신제
북극성 설문대할망과 북두칠성 삼태성
제주 도심에 세워진 칠성단
한라산 서남쪽 영실의 기암절벽들에 붙여진 오백(500)장군 이미지를 형상화한 제주돌문화공원의 석상군. 오백장군을 낳은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신이 됐다는 전설을 뒷받침해주듯 저 멀리로 한라산(가운데 뒤편)이 병풍처럼 서 있다.
《제주도는 한민족이 별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알려주는 증표들을 많이 간직한 곳이다. 하늘의 중심인 북극성을 상징하는 여신(女神)이 있고, 삼태성(三台星)을 상징하는 세 명의 건국시조가 등장하고, 세상 만물을 관장한다는 북두칠성도 존재한다. 하늘의 강인 은하수를 상징하는 듯한 물도 있다. 제주의 별 신화와 기운을 느껴보는 것은 이국적인 제주 풍광만큼이나 색다른 체험이다.》

○ 제주도지사가 주재하는 한라산신제

한라산신제를 치르는 산천단. 천연기념물(제160호)로 지정된 곰솔 군락지이기도 하다.
제주대 후문 근처, 소산오름 기슭에 위치한 산천단(제주시 아라일동 392). 곰솔 군락지인 이곳은 제주 사람들이 특별히 신성시하는 공간이다. 매년 한라산의 산신을 모시는 제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한라산신제에서는 제주도지사가 초헌관(제향 때 첫 잔을 올리는 제관)을 맡도록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한라산신제의 역사는 깊다. 제주가 독립된 나라이던 탐라국 시절부터 시작돼 고려 후기인 1253년(고종 40년)에는 국가 차원의 제례로 발전했다. 조선왕조에 들어와서도 제주목사는 매년 산신 제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라산신제는 원래는 음력 정월 한라산 백록담 북쪽 기슭에서 봉행됐다. 한라산이 제주의 중심이자 하늘의 별 기운이 지상에 뻗어 내리는 신령스러운 터였기 때문이다. 조선의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한라(漢拏)’라는 산 이름이 “은하수(은한·銀漢 혹은 운한·雲漢)를 끌어당김”의 뜻이 있다고 해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즉, 한라산 백록담의 물이 바로 은하수가 흘러내려온 하늘의 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제주목사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많은 수행원을 데리고 백록담까지 올라가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제물을 지고 험한 길을 올라가다가 얼어 죽거나 부상을 당하는 일이 잦았다. 조선 성종 1년(1470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약동은 결단을 내렸다. 백록담에서의 산신제 폐단을 임금에게 고한 뒤 지금의 산천단에서 천제를 지내도록 했다.

산천단은 풍수의 눈으로 보아도 범상치 않은 터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곰솔 숲 한가운데에 차려진 돌 제단은 푸른 이끼가 덕지덕지 끼어 있고, 높이 솟은 곰솔 8그루가 제단을 수호하듯 배치돼 있다. 이약동은 산천단이 한라산신이 머무르기에 적당한 터라고 판단한 듯하다. 산천단은 커다란 곰솔들이 그늘을 만들어 줘 더운 여름날에도 산책과 힐링하기에 좋은 명소다.


○제주 원도심에 출현한 북두칠성
제주 사람들의 정신적 의지처인 한라산은 제주도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설문대할망과도 연결된다. 제주의 1만8000여 신들 중 가장 으뜸 신인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라는 섬을 만들어낸 주인공이자, 나중에 한라산신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기 때문이다. 또 제주 오백(500)장군을 길러낸 설문대할망은 사실상 제주판 마고(삼신)할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창세 신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제주돌문화공원(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이다. 330만 m²(약 100만 평) 대지 위에 제주의 희귀한 돌들을 전시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설문대할망과 그 자식들인 오백장군 이미지를 형상화한 돌 기념물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한편으로 공원 내 돌박물관 옥상에 마련된 대형 연못(하늘 연못)은 물 위를 걷는 포토존으로 유명한데, 저 멀리 한라산이 연못 위로 비치는 반영(反影)은 한라산과 설문대할망이 하나임을 상징하는 듯하다.

탐라국 개국 시조가 출현한 삼성혈.
설문대할망, 즉 마고할미는 별로 치면 북극성에 해당한다. 북극성은 삼태성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세 쌍의 별로 이루어진 삼태성은 제주도에 나타난 세 명의 신인(神人)에 해당한다. 고씨, 양씨, 부씨의 시조인 삼을라(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는 삼태성의 기운이 밴 삼성혈에서 출현했다. 이들이 바로 탐라국 개국시조가 된다.

삼성혈(사적 제134호·제주시 이도1동 1313)은 제주시 구도심인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근처에 있다. 지반이 꺼져 움푹 팬 넓은 터에 품(品) 자 모양으로 세 개의 구멍이 난 곳이다. 세 신인이 각각 세 구멍에서 불쑥 솟아올랐다고 한다. 신성한 구멍들 앞에는 삼성혈이라고 쓰인 돌 비석이 있고, 그 앞으로 돌로 만든 제단 세 개도 나란히 있다. 이곳은 폭우가 쏟아져도 고이지 않고 폭설이 내려도 쌓이는 일이 없다고 한다. 명당에서 목격되는 현상이 이곳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제주 세 성인이 벽랑국의 세 공주와 결혼했다는 혼인지.
이들은 또 바다 저 멀리 벽랑국에서 온 세 명의 공주들과 혼인을 했다. 세 공주를 맞이한 곳이 연혼포(황루알)이고, 세 공주가 목욕재계한 곳이 혼인지이고, 그들이 신방을 차린 곳이 신방굴이라고 불린다. 특히 혼인지와 신방굴(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1693)은 남녀 간 인연을 맺어주는 기운이 있는 곳이라고 해서 인기를 끄는 곳이다.

설문대할망과 세 성인이 출현하는 제주 신화는 김수로왕의 도읍 설화와도 묘하게 연결된다. ‘삼국유사―가락국기’에는 김수로왕이 도읍지를 정하기 위해 신답평에 행차해 사방의 지형을 살펴본 후 “1에서 3을 이루고, 3에서 7을 만드니 7성인이 머물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고 적고 있다. 실제로 제주 신화에서도 하나(설문대할망과)에서 셋(삼성)이 나오고 또 일곱이라는 수도 등장한다. 제주도 원도심의 칠성단(북두칠성 상징물)이 바로 7에 해당한다.

제주시가 2011년 기록을 근거로 칠성단이 있던 곳에 세운 7개의 표지석.
‘신증동국여지승람―제주목’에서는 “삼성이 처음 나왔을 때 삼도로 나눠 차지하고, 북두(칠)성 모양으로 대를 쌓아 살았기 때문에 칠성도(七星圖)라고 한다”고 적고 있다. 또 돌로 쌓은 옛터가 있다고도 했다. 이를 근거로 제주시에서는 2011년 칠성단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7개의 칠성단 표지석을 세워두었다. 그 배치된 곳이 하늘의 국자 모양 북두칠성과 같다. 제주시 중앙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칠성단은 제주 원도심을 구경하면서 하나하나 그 위치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뿐만 아니다. 제주시 삼양동 원당봉의 불탑사 오층석탑도 삼태성 및 북두칠성과 관련 있는 곳이다. 중국 원나라 순제의 부인인 기황후는 삼태성과 북두칠성의 기운을 갖춘 곳에 탑을 세우고 기도하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모국 제주도에서 삼첩칠봉(三疊七峰)의 명당을 이룬 원당봉에 오층석탑을 세운 후 마침내 아들(소종 황제)을 얻었다. 실제로 오층석탑은 명당 에너지가 충만한 터이고, 지금도 자식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불탑사 주지 스님의 얘기다. 제주도에서 별의 흔적을 찾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하늘의 별세계를 구경한 듯한 뿌듯함도 느껴진다.

원 안은 제주 원도심에 설치된 칠성단 표지석 7개의 위치.


카페 200곳 자유이용권부터 환경 지키는 포인트기부까지… 비용 줄이고 보람은 두 배

통합 예약 플랫폼 ‘제주패스’

제주도 여행을 알차고도 보람되게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플랫폼이 최근 젊은 여행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항공, 숙박, 맛집, 이동수단, 여행 콘텐츠 등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는 통합 예약 플랫폼인 제주패스(JEJUPASS)다.

스마트폰 앱으로도 선보인 이 플랫폼은 ‘제주도 카페 자유이용권’(1만 원)을 구입하면 제주 지역 인기 카페 200곳에서 아메리카노를 3일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카페패스’ 등 실속 기획 상품으로 여행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 최초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념을 도입해 가치중심 여행을 추구하고 있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패스 이용자가 가입하는 ‘그린 앰버서더 멤버십’ 제도가 대표적이다. 멤버십 여행자는 상품 구매 시마다 지출한 비용의 5%까지 적립금(포인트)으로 돌려받게 되며, 이 중 1%는 기부 포인트로 전환돼 제주패스 ESG 캠페인(환경, 동물, 복지 등 6개 분야) 중 기부자가 지정하는 캠페인에 자동 적립되는 시스템이다. 제주패스 설립자인 윤형준 ㈜캐플릭스 대표는 “5월 기준으로 총 기부액이 1000만 원을 돌파했고, 6개 캠페인 중 환경보호 캠페인은 목표 금액의 78%를 달성했을 정도로 여행객들의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여행객들이 사회에 공헌하는 가치중심 여행에 눈을 뜨게 됐다는 설명이다.

글·사진 제주=안영배 기자·철학박사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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