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극단 선택, ‘이대녀’ 가장 많이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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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자살 분석 김현수-이현정 교수
직업-주거-인간관계 취약한 20대
2020년 사망자 중 54%가 자살
청년해고 금지 등 안전망 필요

“청년자살자 증가는 직업, 주거, 인간관계에서 청년들이 다른 연령대보다 취약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팬데믹 이후 청년자살자가 늘어난 원인에 대해 ‘가장 외로운 선택’(북하우스·15일 발간)을 쓴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와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20대 사망자 중 54.3%가 스스로 생을 마쳤다. 그해 20대 자살 사망자는 1471명으로 직전 해에 비해 12.6% 늘었다. 전체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2020년 우리나라 전체 자살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두 사람은 인간 삶을 지탱하는 직업, 주거, 인간관계가 팬데믹으로 인해 모두 불안해졌는데, 이 세 요소에 있어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보다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을 때 청년 알바생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1인 가구로 원룸, 고시원, 반지하 등에 거주하는데 실업으로 월세를 내지 못해 주거 위기까지 맞게 됐다는 것.

직업을 잃고, 주거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관계의 단절까지 겹쳤다. 거리 두기로 인해 친구나 친척들을 만날 기회가 크게 줄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친구 관계에 더 의존적인 청년층의 정서적 박탈감이 심화됐다. 김 교수는 “한국은 식당, 카페 외에 사람들이 모일 공간이 마땅치 않기에 거리 두기로 서로 만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청년자살자 중 여성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2020년 상반기(1∼6월) 20대 여성 자살자 수는 29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전체 성별 및 연령별 사망자 수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는 직업, 주거, 인간관계에서 20대 여성의 타격이 가장 컸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남성은 교통, 경찰 등 위기 상황에도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필수인력 종사자 수가 여성에 비해 많다”며 “저임금 직군에 종사하는 비율도 여성이 더 높아 코로나19로 인해 생활고를 겪는 위험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안으로 위기를 견딜 자원이 부족한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부 국가들은 전염병으로 인한 록다운(도시 봉쇄) 시 청년 해고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에 자살 위기 청년을 위한 상담창을 개설했다. 김 교수는 “국가재난 발생 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세대를 잘 가려내 선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코로나시대#청년자살자#극단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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