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밖 소극장들의 분투… 마포-영등포-미아리 곳곳서 꿈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 전역서 예술-실험성 모태 맡아… 팬데믹 여파에도 공연 지속 애써
종로예술극장 1년여 만에 문 열어… 서대문 일대서도 다양한 예술실험
무용전용 강남 M극장 등 여러 곳서 예술 생태계 만들며 작업 이어가
“공연할수록 적자… 관심-지원 필요”

전통예술 실험공간을 표방하는 서울 종로구 ‘북촌창우극장’에서 열린 국악 공연 모습. 1993년 개관한 이래로 국악명인 초청공연, 창극, 창작극 등을 열며 전통예술공연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북촌창우극장 제공
전통예술 실험공간을 표방하는 서울 종로구 ‘북촌창우극장’에서 열린 국악 공연 모습. 1993년 개관한 이래로 국악명인 초청공연, 창극, 창작극 등을 열며 전통예술공연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북촌창우극장 제공
“이런 곳에도 공연장이 있어?”

서울에는 생각보다 소극장이 많다. 소극장이라고 하면 흔히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 일대를 떠올리기 쉬우나 서울 곳곳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소극장은 약 50개에 달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대학로 문화지구의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하나둘씩 대학로를 떠나 새 터를 잡거나 처음부터 대학로 밖에서 만들어진 곳들이다. 오랜 기간 한국 공연예술 실험의 모태 역할을 해온 곳들이 많다.

서대문구 ‘신촌극장’에서 선보인 연극 ‘정전의 밤’. 신촌극장 제공
서대문구 ‘신촌극장’에서 선보인 연극 ‘정전의 밤’. 신촌극장 제공
지난해부터 공연계를 강타한 팬데믹의 여파는 대학로 밖 소극장들에 더 짙게 남아 있다. 이들은 대중성보다는 실험성과 예술성을 앞세운 공연을 우선시하기에 일반 관객 유인이 여전히 쉽지 않다. 팬데믹 중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단체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극장이 텅 비어 있는 날도 늘었다. 그럼에도 이 소극장들은 각자 지닌 고유한 예술적 빛깔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종로구에는 종로5가역 인근 ‘종로예술극장’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아 내년 1월 2일까지 연극 ‘햄릿 디 액터’를 공연한다. 극장을 닫은 지 약 1년 3개월 만에 올해 7월부터 문을 열고 관객과 만났다. 종로예술극장에서 활동 중인 길정석 배우는 “무대를 다시 열기까지 버티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관객들이 여전히 찾기 쉽지 않은 곳이지만 다시 연기하고 함께 실험적 작품을 고민할 수 있어 기쁘다”고 답했다. 성북구에는 민관이 협력해 운영하는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이 있다. 지난해 연극 ‘우리는 농담이(아니)야’가 동아연극상 주요 부문을 휩쓸 정도로 우수 작품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서대문구 ‘연희예술극장’에서 공연한 무용극 ‘a는 A의 원소이다’. 연희예술극장 제공
서대문구 ‘연희예술극장’에서 공연한 무용극 ‘a는 A의 원소이다’. 연희예술극장 제공
서대문구 일대 소극장에서도 다양한 예술 실험이 진행된다. ‘신촌극장’은 17일부터 25일까지 연극 ‘큰 가슴의 발레리나’를 공연한다. 신촌 지역 유일한 소극장인 이곳은 실험적 연극, 무용, 행위예술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연희예술극장’도 16일부터 19일까지 연극 ‘청소의 원리’를 선보인다. 이곳은 본래 ‘카페 떼아뜨르’(카페를 겸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성격의 공간이었으나 팬데믹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운영 방향을 바꿔야 했다. 윤영인 극장감독 겸 프로듀서는 “기존에는 살롱 문화를 좋아하는 마니아 관객들이 찾던 곳이었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다른 형태로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제작진, 단원들과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경험과상상’ 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인간문제’. 경험과상상 제공
서울 영등포구 ‘경험과상상’ 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인간문제’. 경험과상상 제공
강남구의 ‘M극장’은 창작무용의 메카로 불린다. 과거 한 무용단의 연습실로 쓰이던 곳을 2006년부터 무용 전용극장으로 개조했다. 소규모 무용단이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곳이다. 2017년 대학로에서 영등포구로 이사한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은 23일부터 26일까지 연극 ‘인간문제’를 공연한다.

이 밖에도 마포구의 ‘이행성극장’ ‘성미산마을극장’, 동대문구의 ‘동네극장’, 광진구의 ‘충동소극장’, 종로구의 ‘북촌창우극장’ 등 수많은 소극장들은 지금도 서울 전역에서 꿈틀대고 있다.

서울 내 소극장 지원 사업을 벌이는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각 지역사회에서 예술 생태계를 만들며 고군분투하는 소극장들은 공연을 올리면 올릴수록 적자를 내는 상황”이라며 “소극장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소극장#대학로#마포#영등포#미아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