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누군가에겐 상처다 [손진호의 지금 우리말글]

손진호 어문기자 입력 2020-10-25 09:00수정 2020-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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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번 눌러요.”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내가 재촉한다. 급기야 내 휴대전화를 낚아챈다. 한동안 전국을 트로트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미스터트롯’에서 ‘7인의 최종 순위 발표’를 하던 날 밤이었다.

사진제공|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알게 된 가수 김호중은 ‘트바로티’라는 애칭을 얻으며 인기를 더해 간다. 전 여친이 그를 두고 ‘유난히 뒷담화를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등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사실 ‘뒷담화’는 듣기 불편한 낱말이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을 헐뜯는 행위나 그런 말’을 뜻한다. 우리말과 일본말이 결합한 ‘뒷+다마’에서 뒷담화로 바뀌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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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를 치는 사람들은 ‘뒷다마’를 잘 안다. 처음 치려고 했던 대로 맞지 않고 빗나간 공(다마)이 돌아와서 맞는 것을 가리킨다. 친 사람은 멋쩍지만 솔직히 기분이 좋다. 하지만 상대편은 억울하다. 이 공 하나로 판 전체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다마’를 ‘머리’라는 뜻의 일본어 ‘아다마’로 여겨 ‘뒤통수치다’로 해석하기도 한다.

뒷담화와 비슷한 낱말은 많다. 뒷말, 뒷소리, 쑥덕공론, 뒷욕 등이 있다. 하나같이 부정적인 말이다. 이 중 ‘뒷욕’의 말맛이 뒷담화와 좀더 비슷할 듯싶다. ‘뒷담화하다’ 대신 ‘입길에 올리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입길’은 이러쿵저러쿵 남의 흉을 보는 입놀림을 뜻한다. 사전에도 ‘빨래터에 모인 아낙네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길을 시작했다’를 예문으로 올려 두고 있다. 한데 이상하다. 빨래터의 아낙네들은 나쁜 일만 입길에 올렸을까. 누구 집 아들이 취업했다는 둥 좋은 얘기도 했을 법한데 말이다. 아무튼 입길로선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뒷담화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앞서 본 대로 뒷담화를 대신할 우리말은 많다. 그래서인지 굳이 일본말까지 끌어와 새말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과연 그럴까. 말의 세계에서 그 말을 죽이고 살리는 건 언중이다. 말맛이 다른 만큼 언중이 선택해 활용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입소문’도 재미있다. 소문(所聞)이 있는데도 언중은 ‘입소문’을 입에 올렸다. 말 자체가 겹말인 데다 풀이 또한 동어반복이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입에 오르내리며 쓰임새를 인정받은 것이다.

김호중이 치르는 ‘유명세(有名稅)’는 유명하기 때문에 치르는 곤욕이나 불편함이다. 그러므로 ‘유명세를 타다’ ‘유명세를 치르다’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상황에 써야 한다.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언제 들어도 그의 목소리엔 정감 있고, 힘이 넘친다. 호소력 짙은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때, 그를 둘러싼 뒷담화도 봄눈 녹듯 사라지지 않을까.

song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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