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蘇, 한인 중앙亞 강제 이주때 위험분자로 취급 신분증 회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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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웅호 교수 심포지엄서 밝혀

1937년 소련이 연해주 한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킬 당시 한인들을 ‘잠재적 위험분자’로 보고 신분증명서와 소지한 무기를 열차 탑승 전 회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웅호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연구교수는 23일 경기문화재단과 인천문화재단, 한국역사연구회가 연 심포지엄 ‘역사 속의 디아스포라와 경계인’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교수는 발표문 ‘1937년 연해주 한인 강제이주 결정과 그 진행’에서 러시아문서보관소 자료를 통해 이주 과정을 살폈다. 당시 불과 4개월 동안 한인 17만 명 이상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강제 이주됐다. 발표문에 따르면 당시 소련 극동변강위원회는 “공산당원과 콤소몰(공산주의 청년 정치조직) 맹원들을 등록명부에서 삭제하고, 탈퇴서를 교부한다”고 지시했다.

홍 교수는 “이는 그동안 유지되던 신분이 무효라는 뜻”이라며 “한인 사회에 일본 정보원이 침투했다는 걸 전제로 한인을 배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한인들은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했고,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하고 1956년 신분증이 다시 발급된 뒤에야 이동의 자유를 얻었다.

강제이주 결정에 한인은 물론 러시아인도 저항했다. 김평하라는 인물은 무기 회수에 거부했고, 리진화라는 인물은 “소비에트 정권이 한인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추방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구속됐다. 한 러시아인 관료는 회의 중 당원증을 책상에 던지면서 “(이주 결정은) 헌법을 완전히 위반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나머지 모든 사람을 추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체포됐다.

엄청난 혼란의 와중에도 한인들은 이주를 앞두고 조상의 유골을 챙기기도 했다. 당시 조사보고서는 1937년 9월 한인들이 묘지 7곳을 파헤치고 망자 일부의 유해를 꺼내갔다며 한인들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망자의 뼈까지도 가져가는 관습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연해주 한인#강제 이주#홍웅호 교수#역사 속의 디아스포라와 경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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