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반세기… 상업화랑 1세대 빛과 그늘 오롯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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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 내달 12일부터

갤러리현대의 개관 5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현대 HYUNDAI 50’이 열리는 본관 입구. 왼쪽 벽면에 갤러리의 과거 사진과 오른쪽 벽면에 이중섭 유고전 포스터가 보인다. 갤러리현대 제공
갤러리현대의 개관 5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현대 HYUNDAI 50’이 열리는 본관 입구. 왼쪽 벽면에 갤러리의 과거 사진과 오른쪽 벽면에 이중섭 유고전 포스터가 보인다. 갤러리현대 제공
“상업적 가치도 중요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김환기 화백의 최고가(最高價) 작품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라 생각합니다.”

1970년 서울 종로구에서 ‘현대화랑’으로 출발한 갤러리현대가 개관 50주년을 맞았다. 50주년 기념 특별전 ‘현대 HYUNDAI 50’이 다음 달 12일 공개된다. 앞서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51)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학술적 연구는 큐레이터의 일”이라며 “상업적 가치를 갤러리, 경매사 등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31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1부 전시는 본관과 신관에서 70여 점을 선보인다. 선정 기준은 ‘과거 전시, 판매한 작품’이다. 도 대표는 주요 컬렉터, 작가 등의 ‘인연’이 주된 선정 요소라고 했다. 신관에 전시되는 백남준의 ‘마르코 폴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갤러리현대를 통해 소장하게 된 작품이다. 1972년 유작(遺作)전에서 공개된 이중섭의 ‘황소’ ‘통영 앞바다’ ‘닭과 가족’도 나왔다.

사진 편지 방명록같이 이 갤러리의 역사를 기록한 자료들이 눈길을 끈다. ‘반도화랑’ 점원에서 국내 굴지의 갤러리 대표가 된 박명자 회장(77)의 성공 요인을 간접적으로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바로 상업적 가치와 인연이다.

박수근의 ‘골목 안’(1950년대) 80.3×53cm. 김환기의 ‘우주’도 전시된다. 갤러리현대 제공
박수근의 ‘골목 안’(1950년대) 80.3×53cm. 김환기의 ‘우주’도 전시된다. 갤러리현대 제공
현대미술을 다루는 ‘1세대 상업화랑’으로 시작한 갤러리현대는 박수근 이중섭을 ‘국민화가’ 반열에 올렸다. 두 작가는 소설가 박완서와 시인 구상의 작품에서 언급되며 문인들 사이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이런 흐름을 재빨리 파악한 박 회장은 시의적절하게 전시회를 열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대중에게 어필했다. 오랜 세월 컬렉터, 작가 등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갤러리의 성장이 한국 미술의 발전과 항상 함께했느냐에 대해서는 미술계의 의견이 갈린다. 다양한 작가와 장르가 공존해야 할 미술시장을 일부 작가가 독식하게 해서 성장해야 할 작품성 있는 작가를 결과적으로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상업화랑으로는 이례적으로 입장료를 매겨 대규모 전시를 열고 시민의 성원으로 성공도 거둔 반면 그만큼 상업성에 치중해 젊은 작가 발굴이나 성장에 기여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도 대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해외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90년대 이후 작품을 다루는 2부 전시에서 이 포부의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듯하다. 홈페이지에 공개될 갤러리가 출간한 도록(圖錄) 작품집 간행물을 비롯한 50년간의 아카이브도 기대를 모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갤러리현대#개관 50주년#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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