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누나 “동생, 어려운 친구 데려와 밥 먹이곤 했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10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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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상 하나면 족했는데 작품상 까지…기적이다"
"기생충은 준호가 내면 깊이 들어가 조용히 찍은 작품"
"명예 좇지 말고 가장 자기다운 작품 만들었으면"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자 봉준호 감독의 누나 봉지희 연성대학교 패션디자인비즈니스학과 교수는 10일 동생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에 “기적이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봉 교수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뉴시스와 통화에서 “학교에서 근무 중 얼떨떨한 소식을 접했다”며 “처음에 상 한 개라도 받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각본상을 받아서 ‘이제 됐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상까지 받아 전부 기적이라고들 한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최근 봉 감독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야기하며 “그동안 동생이 대장정을 걸으며 무척이나 피곤해 했다. 동생이 카톡으로 남긴 메시지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별 탈 없이 무사히만 마치면 좋겠다. 더 이상 욕심은 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흥분했다.

봉 교수는 “기생충은 봉 감독 작품 가운데 옥자, 설국과 같은 글로벌한(세계적인) 영화가 아니다. 봉 감독 자신이 내면 깊이 들어가 조용히 찍은 작품이다. 홍보비나 제작비로 봐도 크게 세계적으로 보이는 작품은 아니다”며 “마더처럼 한국 배우를 데리고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한 작품이 상을 타니 놀랍기 그지없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과 관련 “동생은 어릴 적 속이 깊은 스타일이었다. 동정심이 많아 어렵게 사는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와 엄마가 밥을 먹이곤 했다”며 “소외된 계층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극중 기우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동생이 옥자를 촬영하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영화 모니터링 해달라고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께 촬영한 일부분을 보여드리기도 했는데 끝내 완성본을 보지 못하고 떠나셨다”며 “가족 입장에서 영화를 보니 동생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투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봉 교수는 동생에게 건네고 싶은 말로 “본인 삶에서 큰 인정을 받아 앞으로 작품활동에 부담이 될 것 같다. 본인 명예를 좇지 말고 가장 자기다운 작품을 만들었으면 한다”며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본인이 정말 가고 싶었던 길을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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