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실경산수화 360여점 ‘여름 나들이’… 국립중앙박물관 9월까지 특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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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일로의 총석정… 첫 공개 김응환의 해악전도첩…

총석정도
단번에 내리그은 필획에 해면 위에 칼날 같은 바위가 솟아났다. 까마득히 먼 바위 꼭대기에는 바닷새들이 한가롭다. 네 신선이 뛰놀았다는 사선정(四仙亭)은 텅 비었다. 지금은 북한 지역에 있어 가지 못하는 강원도 통천 총석정(叢石亭)을 그린 16세기 중반 그림이다.

그림을 그린 ‘상산일로(商山逸老)’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1557년 봄 홍연(생몰년 미상·1546년 사마시 진사)과 관동 지방을 유람한 뒤 서울에서 벼슬살이를 하며 그 풍광을 그리워했다는 걸 발문에서 알 수 있다. “그곳의 높고도 빼어난 봉우리와 깊고도 그윽한 골짜기며 천태만상의 구름과 산 기운, 아득히 넘실대는 호수와 바다를…”이라고 썼다.

경포대도 그렸다. 그림 위쪽에 오대산이 아득히 자태를 자랑하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경포대와 경포호, 죽도(竹島)의 풍경이 펼쳐진다. 오른쪽에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경포 해변의 모래사장 ‘백사오리(白沙五里)’ 옆으로 해송이 줄지어 서 있다.

총석정도와 경포대도는 강원도 명승지를 그린 가장 오래된 그림일 뿐 아니라 실경산수화의 전통이 겸재 정선(1676∼1759) 이전부터 확립됐음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설명했다. 두 작품은 재일교포 윤익성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 창업주(1922∼1996)의 유족이 고인의 유지를 따라 기부한 돈으로 일본에서 구매했다.

두 작품은 9월 22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조선시대 실경산수화’ 전시에서 볼 수 있다. 화가 김응환(1742∼1789)이 말년에 김홍도와 금강산을 유람하고 그린 ‘해악전도첩(海嶽全圖帖)’은 일반에 처음 공개하는 작품. 이를 비롯해 16∼19세기 그림 360여 점을 볼 수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총석정도#해악전도첩#실경산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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