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살이면 죽는 길고양이들, 기록사진전 ‘구사일생’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27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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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눈빛이 사람의 눈빛과 매우 닮아 있어서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길고양이가 고양이처럼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길고양이의 눈빛과 더불어 눈 떠보니 고양이였고, 태어난 곳이 길이지만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 하는 그들의 몸짓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사진가 김하연(48)은 신문사 지국을 운영하다가 2004년부터 길고양이를 촬영하기 시작했고, 전업 사진가가 됐다. 2006년 첫 전시를 연 이후 전국 각지에서 쉴 새 없이 전시하고 있다. 총 78회, 지난해에만 18곳에서 전시했다.

그가 기획한 전시가 지금 서울, 부산 수원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카페 ‘어반 노마드’ 초대전 ‘구사일생(九死一生)’과 부산 기장군 칠암포구 ‘바람종 갤러리’ 카페 ‘운칠기삼(運七技三)’은 모두 김하연 작가가 찍은 사진들을 전시한다. 이 중 구사일생은 벌써 39번째 전시다. 운칠기삼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사일생은 아홉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한 번 살아난다는 뜻이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삶을 가장 잘 대변하는 말이다. 태어나도 2~3년을 채우지 못한 채 별이 되는 도심의 길고양이들, 흔히 아홉 개의 목숨을 가졌다고 할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그들이지만, 도시에서 살아가기에는 아홉 번의 목숨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아슬아슬하게 살아나고 있다. ‘구사일생’은 그들이 사람들 곁에서 어떻게 견디고 살아가며 살아내는지, 살고 있는지를 담은 사진들이다.

운칠기삼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렸지, 노력에 달려있지 있지 않다는 뜻이다. 성패가 운에 달려 있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운이 좌우하는 성패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한 다음 운을 기다리는 것이다. 길고양이의 삶이 그렇다.
김 작가는 “길고양이라서 좌절하지 않고 길에서 태어남에 실망하지 않고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살아 내기 위해 일분일초를 허투루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나서 고개 들어 운에게 묻는다. 이 정도면 살아도 되는 것이 아니냐고. 길고양이에게 운은 바로 나와 당신이다. 우리 뿐”이라고 강조한다.

구사일생은 4월15일까지 평일 오전 10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9시에 관람할 수 있다. 운칠기삼은 3월31일까지 오전 11시~오후 10시에 볼 수 있다.
또 수원 장안구의 구조된 고양이들의 쉼터 ‘경묘당’에서 열리는 ‘땅콩전’은 중성화 수술 전 수컷 길고양이를 찍은 사진들을 선보인다. 공모한 390장의 사진 중 35점을 추렸다. 4월7일까지 낮 12시~오후 9시에 볼 수 있으며 월·화요일은 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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