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 만세”… 3·1운동 다음해, 6명의 ‘또다른 유관순’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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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시위 재연 배화여학교 학생들, 98년만에 독립운동 인정 받아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 앞에서 찰칵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국기인 ‘데니 태극기’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종은 1890년 자신의 뜻에 따라 청나라의 
부당한 간섭을 비판했던 미국인 외교 고문 ‘데니’에게 이 태극기를 하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 앞에서 찰칵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국기인 ‘데니 태극기’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종은 1890년 자신의 뜻에 따라 청나라의 부당한 간섭을 비판했던 미국인 외교 고문 ‘데니’에게 이 태극기를 하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20년 3월 1일 경성 배화여학교. 3·1운동 1주년을 맞아 전국 도처에서 3·1운동 기념 및 재연 만세시위가 일어날 것이라는 첩보가 확산됐다. 일제는 학교 등을 중심으로 철통 감시에 나섰다.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었지만 김경화(19) 박양순(17) 성혜자(16) 소은명(15) 안옥자(18) 안희경(18) 등 배화여학교 학생 수십 명은 등교 직후 일제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도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이들은 경성지방법원에서 그해 4월 5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때까지 한 달여간 옥고를 치러야 했다.


국가보훈처는 ‘제2의 유관순’으로 불리는 배화여학교 소녀 6인의 당시 투쟁을 98년 만에 독립운동으로 인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 유족은 제73주년 광복절인 15일 대통령표창을 받는다.

당초 옥고를 치른 기간이 3개월이 안 되면 독립운동에 참여했더라도 독립유공자 포상 대상이 되지 못했다. 보훈처는 올해 4월 이 같은 포상 심사기준을 “수형 기간이 3개월이 안 되더라도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경우 포상한다”로 바꿨다. 배화여학교의 독립운동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들 6인은 그간 공적을 증명해줄 사료가 제대로 발굴되지 않았고 수형 기간 역시 모자라 독립운동을 하고도 포상 대상이 되지 못했다. 보훈처는 포상 심사기준을 바꾸고 이들에 대한 경성지방법원 판결문을 통해 구체적인 공적을 확인했다. 당시 판결문엔 “피고 등은 서로 공모해 조선 독립 만세를 고창함으로써 치안을 방해한 자”라고 적시돼 있다.

서간도에서 독립군 군복을 만드는 등 무장독립운동을 지원한 ‘독립군의 어머니’ 허은 여사(1909∼1997), 평양 숭의여학교에 재학 중이던 1919년 3월 27일 황해도 신천군 신천읍에서 열린 만세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1년여의 옥고를 치른 곽영선 선생(1902∼1980)에게도 각각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전남 강진에서 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시인 김영랑(본명 김윤식) 선생에게도 건국포장이 추서된다. 선생은 1919년 3월 25일 강진군 강진면 장날을 이용한 독립만세 운동을 계획하고 태극기 등을 제작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보훈처는 이들을 포함한 독립유공자 177명에게 건국훈장, 대통령표창 등을 수여할 예정이다. 177명 중 이번에 새로 발굴된 여성 독립운동가는 배화여학교 6인과 허 여사, 곽 선생 등 26명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내외 소장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등 관련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독립유공자 발굴의 사각지대에 있던 여성, 무명의 의병 등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독립운동가#유관순#배화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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