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정 “여성들만의 모차르트 연주 기대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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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원현정씨 서울 아카데미 앙상블과 협연

‘서울 아카데미 앙상블’과 29일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4번을 협연하는 원현정 피아니스트.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아카데미 앙상블’과 29일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4번을 협연하는 원현정 피아니스트.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가운데 1악장 카덴차 부분을 직접 작곡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아 준비했습니다.”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29일 오후 8시 열리는 ‘서울 아카데미 앙상블’의 52주년 기념 정기연주회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 원현정(33)의 목소리에는 열정이 넘쳤다. 이날 서울아카데미 앙상블은 정치용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레스피의 ‘옛 춤곡과 아리아 조곡’,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등도 연주할 예정이다.

원 씨는 피아니스트로서 무대에 서기까지 수많은 시련을 극복해왔다. 네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예원학교를 졸업했지만 일반고인 이화여고에 진학했다. “혹독한 연습에 지쳐 돌연 피아노가 싫어졌다”는 이유에서 였다.

“제게 다시 용기를 주신 것은 어린 시절 스승님이었어요. 제게 ‘재능이 있으니 피아노를 다시 쳐보라’고 설득하셨지요. 결국 대학에서 피아노과로 진학한 뒤에 마음 가는 대로 음악을 하며 피아노에 대한 흥미를 되찾았죠.”

그는 이화여대 피아노과를 거쳐 미국 이스트먼음대 석사,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영국 왕립음악학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도 이수했다. 그런데 석사 1년 차 때 건초염(힘줄을 덮고 있는 건초에 생기는 염증)이 찾아왔다. 2년 동안 건반 앞에 앉을 수조차 없어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밑바닥에서 헤매던 어느 날, 팔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아직 음악에, 선율에 감동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벅찼어요. 힘들 때면 팔을 쓸 수 없었던 그 시절을 떠올려요. 모든 음이 제자리에 놓인 듯한 ‘건반 위의 음유 시인’머리 퍼라이아(미국)의 연주를 동경해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여성만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인 ‘서울 아카데미 앙상블’은 ‘한글날 노래’ 등을 작곡한 고(故) 박태현 작곡가와 당시 서울시향 여성 단원들이 1966년 ‘서울 여성 스트링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다. 1984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1991년 대만 정부 초청 연주 등 350여 차례 해외공연을 소화해 왔다. 3만∼5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원현정#서울 아카데미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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