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찾고픈 해외 입양아… 나는 누구입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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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때 스웨덴 입양 셰블룸, 자전적 그래픽노블 국내 출간
“공백의 아픔 당사자 아니면 몰라… 왜 찾으려 하느냐란 말에 상처
한국, 그들의 귀환 준비 안돼”

리사 울림 셰블룸 작가의 자전적 만화 ‘나는 누구입니까’. 그는 해외입양과 인종차별 이슈를 다룬 작품을 주로 그려왔다. 비영리기구인 스웨덴 한국 입양인 네트워크(SKAN)에서 입양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산하 제공
리사 울림 셰블룸 작가의 자전적 만화 ‘나는 누구입니까’. 그는 해외입양과 인종차별 이슈를 다룬 작품을 주로 그려왔다. 비영리기구인 스웨덴 한국 입양인 네트워크(SKAN)에서 입양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산하 제공

“한국은 우리가 돌아올 거라고 믿지 않았다. 우리가 가족과 뿌리를 그리워하다가 다시 이 나라로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입양 아동이 어른이 돼서 돌아오는 일에 대해 어떤 준비도 하고 있지 않았다.”(‘나는 누구입니까’에서)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스웨덴 가정으로 입양된 리사 울림 셰블룸 작가(41)는 17세였던 1994년부터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20여 년의 치열한 ‘친부모 찾기’ 여정이 그에게 남긴 건 한국 입양제도에 대한 실망뿐이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한 그래픽노블 ‘나는 누구입니까’(산하)는 작가가 어린 시절 겪은 인종차별과 정체성 혼란, 가까스로 만난 친모와의 정서적 간극 등을 여실히 보여준다. 해외 입양인이 당면한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을 들었다. 지난해 스웨덴만화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만화상’ 후보작에도 오를 정도로 현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셰블룸 작가는 해외 입양인의 현실적 고통을 차분한 그림과 절절한 글로 표현했다. 작가가 확인한 바로는, 그는 스웨덴으로 입양되는 과정에서 검증받지 않은 사설기관 관계자가 그의 신원을 보장했다. 심지어 한국어 입양보고서는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합법을 가장한 편법과 불법이 난무했던 셈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1995∼2005년 해외 입양인 약 8만 명이 자신의 가족을 만나고 싶어 한국에 왔다. 그러나 실제 만남이 성사된 경우는 3%도 되지 않았다. 작가는 한국 입양제도가 입양아가 현지에 정착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 사후 관리를 등한시한다고 지적했다. 셰블룸 작가는 “입양에서 중요한 것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보다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는 무 자녀 성인들이었다”고 꼬집었다.

가족을 찾으려는 입양인에게 ‘지금 행복한데 왜 찾느냐’ ‘키워준 은혜도 모른다’는 무신경한 현장 반응도 큰 상처다. 출생에 대해 알 권리를 빼앗긴 채 어린 시절을 공백으로 비워두는 아픔은 당사자가 아니면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뜻에서 작가의 문제 제기는 담담함에도 구구절절 진정성이 묻어난다.

“입양인은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왔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이 책을 통해 한국 독자들도 현실을 바로 알고 입양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해주길 바랍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나는 누구입니까#리사 울림 셰블룸 작가#친부모 찾기 여정#입양인#입양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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