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東亞 교류의 중심 백제 문화의 진면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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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백제/이병호 지음/376쪽·1만8000원·다산초당

안개 낀 전북 익산 미륵사터. 한때 백제 왕실 사찰이었다. 이병호 관장 제공
안개 낀 전북 익산 미륵사터. 한때 백제 왕실 사찰이었다. 이병호 관장 제공
백제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는 아마도 ‘의자왕과 삼천궁녀’일 것이다. 백제를 흡수한 통일신라부터 시작된 역사왜곡과 무관치 않으리라. 삼국 중 가장 먼저 패망한 백제는 사료 부족으로 인해 관련 연구에 애를 먹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현직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장인 저자는 20년 넘게 국립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며 백제 유물과 유적을 오랫동안 연구했다. 이런 내공을 바탕으로 백제 사원과 도성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 성과를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쓴 책이다.

무엇보다 박물관에 몸담은 연구자만이 쓸 수 있는 디테일과 전문성이 행간 곳곳에 묻어난다. 예컨대 부여 정림사 터에서 나온 도자기와 소조상 조각을 찾아 헤매는 대목에선 탐정소설을 읽는 것 같은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백제 금동대향로가 출토된 능산리사 터의 성격을 밝히기 위해 목간과 기와 500여 점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집요함도 엿볼 수 있다.

고대사 연구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닌 현실세계와도 직접 맞닿아 있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부여 지역 절터들을 발굴한 것은 일본 최초의 사원 아스카데라의 원류를 찾아 내선일체를 증명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한중일 유적, 유물에 대한 비교를 통해 백제가 고대 동아시아 국제교류에서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백제 고유의 불교문화를 형성해 이웃 신라와 일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아름다움, 개방성과 포용성이 이런 백제 문화의 진면목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내가 사랑한 백제#이병호#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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