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런던 금융가 내부자들 “은행에 조종사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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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와 헤엄치기/요리스 라위언데이크 지음/김홍식 옮김/416쪽·1만7000원·열린책들

2011년 5월, ‘가디언’의 편집인 앨런 러스브리저는 네덜란드 논픽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를 사무실로 부른다. 편집인의 제안은 이랬다. ‘저곳에서 그동안 벌어진 일을 취재해 달라’는 것. 2008년 세계적 금융패닉이 일어났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차츰 정상을 되찾은 곳…. 그가 가리킨 곳은 영국 런던의 금융가, ‘시티 오브 런던’이었다.

저자는 그때부터 맨몸으로 2년 반 동안 런던 금융계에 뛰어들었다. 금융계 종사자 200여 명을 직접 만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날것 그대로 기록했다.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뻔한 답변 대신, 내부자들을 통해 현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어 낸다. 금융인들의 옷차림부터 농담, 은어를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해 현재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우려까지 차근차근 책에 담는다.

그가 2년 반 동안 금융계를 경험하고 내린 결론은 ‘조종석’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은행은 너무 몸집이 커지고 복잡해져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없고, 돈을 쓰는 고객마저도 자신이 무엇을 사는지 모른다. 단 ‘5분’ 만에 해고가 결정되는 금융업계의 고용 체계는 종사자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골몰하게 만든다.

사실 저자의 진단 자체는 크게 새롭지 않다. 하지만 “은행업은 다른 사람의 머리로 러시안룰렛을 하는 것과 같다”거나 “5분 후에 문밖으로 쫓겨날 수 있다면 사람들의 시야는 5분짜리가 된다”는 적나라한 언어로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덕분에 정제된 언어로 문제점을 접했을 때보다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 닿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금융기업의 자문역을 맡거나 큰 강연료를 받는 것을 날 세워 비판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상어와 헤엄치기#요리스 라위언데이크#앨런 러스브리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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