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감독으로… 반주자로… 伊서 인정받은 뚝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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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만난 장누리-김찬영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무대에는 베이스 연광철, 소프라노 임세경, 지휘자 정명훈 등 적지 않은 한국인 연주자들이 올랐다. 무대 뒤에서 묵묵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현지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 라스칼라 극장 무대감독으로 활동했던 장누리(31)와 피아노 반주와 음악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김찬영(36)도 그런 경우다.

○ 라스칼라 극장 무대감독 지낸 장누리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 무대감독으로 일했던 장누리는 “라스칼라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첫날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가자 극장 관계자들이 ‘넌 무대를 아는구나’라며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태프는 무대에서 튀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 무대감독으로 일했던 장누리는 “라스칼라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첫날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가자 극장 관계자들이 ‘넌 무대를 아는구나’라며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태프는 무대에서 튀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의 스태프 800여 명 중 동양인은 극히 드물다. 장누리는 지난해 1월 헨델의 오페라 ‘시간과 정의의 승리’에서 무대감독을 맡아 첫 아시아 출신 무대감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2012년 덕성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오페라에 관심이 많아 유학을 결심했다. 라스칼라 극장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이유로 보코니 대학원에 입학했다.

“인턴 6개월 뒤 무대감독 보조로 채용이 돼서 2년간 라스칼라 극장에서 일했어요. 남들보다 1시간씩 먼저 출근하는 성실함으로 인정을 받아 무대감독으로 데뷔까지 했어요.”

지난해 라스칼라 극장을 나온 그는 6개월 동안 프리랜서로 몇 차례 이탈리아 오페라 페스티벌의 무대감독으로 활동했다. 올해 1월부터는 쿠웨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무대감독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문을 연 쿠웨이트 오페라하우스에는 유럽에서 온 스태프가 많아요. 아직 오페라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하루 10시간씩 일을 할 정도로 바빠요.”

오페라 연출가인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감독의 딸인 그는 궁극적으로 오페라 연출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무대감독을 하면서 무대 위와 무대 뒤 모두를 골고루 경험하고 있어요.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유럽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언젠가 연출가로 데뷔도 하고 싶어요.”

○ 세계적 성악가들의 반주 도맡은 김찬영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마스터클래스 반주를 맡고 있는 김찬영은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유명 성악가들과 함께 지내며 음악적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밀라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마스터클래스 반주를 맡고 있는 김찬영은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유명 성악가들과 함께 지내며 음악적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밀라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찬영은 2009년부터 세계적인 베이스 보날도 자이오티의 전속 반주를 맡는 등 유명 성악가들의 마스터클래스 반주를 하고 있다. 그는 성악가나 솔로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알려져 있다.

중앙대 작곡과를 졸업한 그는 졸업 뒤 성악가 반주자로 활동했다. 매번 비슷한 곡들만 치는 것에 싫증을 느껴 공부를 하기 위해 2009년 이탈리아 밀라노로 떠났다.

“유학을 떠나기 1년 전 밀라노에서 한 달 정도 살았는데 그때 우연히 자이오티를 만났어요. 이틀 뒤 연락이 와서 반주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서 마스터클래스 반주를 해줬는데 그게 인연이 돼 유학 오자마자 바로 활동할 수 있었죠.”

일주일에 두 차례 4시간씩 자이오티의 마스터클래스 반주를 하며 많은 성악가들과 인연을 맺었다. 특유의 친화력과 실력으로 성악가들이 따로 그를 자주 찾았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각종 콩쿠르에서도 피아노 반주자로 인기가 높다.

“테너 파비오 사르토리, 테너 스테판 포프 등 유명한 성악가들도 자이오티에게 레슨을 받으러 와요. 그들과 친해지면서 따로 반주도 해주면서 인맥을 많이 넓힐 수 있었어요.”

그는 국내 민간 오페라단의 음악코치와 캐스팅담당으로 활동하며 국내에는 덜 알려졌지만 실력 있는 성악가들을 국내에 소개해 왔다. “한국과 이탈리아 성악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비록 무대에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양국 성악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보람이 커요.”

밀라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장누리#김찬영#밀라노 라스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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