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족극, 시청자 마음 녹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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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극 ‘흥행보증 수표’ 비결

‘망해도 시청률 20%’라 불리는 KBS 주말연속극들. 전통적 가치를 소중히 하는 가족드라마로 탄탄한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달 방영을 시작한 ‘아버지가 이상해’(첫번째 사진)를 비롯해 ‘넝쿨째 굴러온 당신’(두번째 사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마지막 사진). iHQ·KBS 제공
‘망해도 시청률 20%’라 불리는 KBS 주말연속극들. 전통적 가치를 소중히 하는 가족드라마로 탄탄한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달 방영을 시작한 ‘아버지가 이상해’(첫번째 사진)를 비롯해 ‘넝쿨째 굴러온 당신’(두번째 사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마지막 사진). iHQ·KBS 제공
《 “시청률 20% 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최근 KBS 주말연속극 ‘아버지가 이상해’에 달린 인터넷 댓글 가운데 하나다. 4일 시작한 이 드라마는 1회부터 22.9%(닐슨코리아)란 높은 시청률(당일 종합 1위)을 거뒀다. 그런데 호평만큼이나 ‘그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상당했다. 언제부터인가 KBS 주말연속극은 ‘흥행보증 수표’로 통한다. 시청률이 40% 안팎은 찍어줘야 성공이라 부른다. 2013년 ‘최고다 이순신’은 최고 시청률이 30.8%(48회)인데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이 쏟아졌을 정도. “누워서 만들어도 20%는 넘는다”는 KBS 주말연속극이란 맛집의 ‘필승 레시피’를 들여다봤다. 》
 
○ 주말 8시, 가족드라마의 전형을 완성하다

오후 8시대에 방송하는 KBS 주말연속극은 1980년 TBC가 KBS에 합병된 뒤 줄곧 자리를 지켜온 전통의 노포(老鋪·대를 이어 내려오는 점포). 하지만 1990년대까진 ‘드라마왕국’ MBC에 다소 밀리는 형국이었다. 물론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65.8%)인 ‘첫사랑’(1996년)을 비롯해 ‘야망의 세월’(1990년) ‘목욕탕 집 남자들’(1995년) 등 굵직한 작품도 많았지만, ‘사랑과 야망’(1987년) ‘사랑이 뭐길래’(1991년) ‘아들과 딸’(1992년) 등 MBC 드라마가 워낙 강세를 떨쳤다.

두 방송사의 주말극 경쟁은 2000년대 초반까진 팽팽했다. 그러나 KBS는 ‘부모님전상서’(2004년) ‘소문난 칠공주’(2006년) ‘엄마가 뿔났다’(2008년) 등을 내놓으며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특히 당대 최고의 흥행 카드인 김수현 작가 작품을 연달아 선보인 게 컸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까진 시대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던 KBS 주말연속극이 현재의 ‘가족 드라마’ 이미지를 구축한 때도 이즈음”이라고 말했다.

이후 KBS 8시 주말드라마는 두 차례 큰 전기를 맞는다. 오랜 라이벌인 MBC가 2010년 9시대로 드라마를 옮기며 동시간대 유일한 강자로 올라섰다. 게다가 2012년 시청률 45.3%를 기록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2012년)의 사회적 파장도 거셌다. 김 평론가는 “넝쿨당은 ‘따뜻한 코믹 가족극’이란 21세기형 주말극의 본보기를 세운 작품”이라며 “이후 ‘내 딸 서영이’(2012년)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이 공식을 따르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 전통적 가치를 지킨 게 성공 비결…현실 반영은 아쉬워


두 사건은 KBS 주말극이 지금까지 성공적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됐다. 사실 2010년 전만 해도 KBS 역시 ‘막장 논란’에서 그리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8시대 기존 시청자층이 두꺼운 상황에서 라이벌마저 사라지니 과열 경쟁을 펼칠 이유가 없어졌다. 한 드라마PD는 “심지어 타사에서 막장으로 유명했던 작가조차 KBS 주말극에선 그런 색채를 빼고 가더라”며 “피 터지듯 경쟁 중인 MBC와 SBS 9시 드라마가 여전히 막장 코드가 범람하는 상황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가족의 유대나 윗세대 경험의 소중함’이란 가족극의 코드는 주시청자인 중장년층이 바라는 전통적 가치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심지어 시청률이 안정적인 데다 건강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배우 섭외도 수월하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최근엔 아이돌을 포함한 젊은 연기자들도 KBS 주말극 출연에 매우 적극적이다”라고 귀띔했다.

다만 검증된 공식이긴 하나 지속적인 패턴 반복은 언젠가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종영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높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현실과 동떨어진 전개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 평론가는 “취업난이나 생계 문제와 같은 가족이 지닌 현실적 고민도 적절히 짚어줄 수 있어야 가족극의 생명력 또한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kbs 주말극#가족극#넝쿨째 굴러온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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