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첫 리허설 때 서울시향 연주에 감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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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서울 공연 앞둔 세계적인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는 올해 5차례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공연하면서 친한파 지휘자가 됐다. 그는 “한국을 많이 돌아보진 못했지만 많은 한국 음악가들을 만나면서 깊은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크리스토프 에셴바흐는 올해 5차례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공연하면서 친한파 지휘자가 됐다. 그는 “한국을 많이 돌아보진 못했지만 많은 한국 음악가들을 만나면서 깊은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최근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76)만큼 친숙한 지휘자는 없을 듯하다. 에셴바흐는 올해 이미 4번이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연주회를 가졌고 28, 29일 서울시향의 올해 마지막 연주회도 함께 한다. 이전까지 그는 2007년 파리 오케스트라, 2015년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한 것이 전부였다.

 그가 한 해 3번 방한하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당시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이 사임하면서부터. 정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의로 정 감독이 2016년 나서기로 한 공연에 모두 비상이 걸렸다. 당장 1월 9일 서울시향의 새해 첫 공연이 문제였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공연을 열흘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 지휘자를 찾아야 했다. 통상 2, 3년 전에 섭외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에셴바흐가 나섰다.

 “이전부터 서울시향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수한 연주자가 많고, 수준이 높았어요. 마침 1월 초 중국에 머물게 됐는데 뜻밖의 제안을 받고 돕고 싶다는 마음에 서울시향의 지휘봉을 잡기로 했습니다.”

 그는 기존 일정을 조정한 뒤 입국하자마자 연습실로 향해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리허설을 가졌다.

 “첫 리허설 때 서울시향의 연주를 듣고 감탄했어요. 가장 끝 파트에 앉아있는 단원들까지 집중하며 잘 따라와 줬어요. 작곡가가 의도한 다양한 특징을 잘 표현해 냈어요.”

 우여곡절 끝에 그가 지휘한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공연은 평단과 팬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후 그는 세 번의 공연을 더 했다.

 그는 28,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올해 서울시향의 마지막 공연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다시 지휘한다.

 “올해 제가 5번이나 서울시향과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서울시향에 대한 저의 애정이 입증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40년 독일 출생인 그는 11세에 주요 피아노 콩쿠르에 입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25세이던 1965년에는 이미 인정받는 피아니스트로 입지를 굳혔고, 1972년 32세에 지휘자로 데뷔한 이후 파리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했다.

 “지금까지 이런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열심히 음악 활동을 하고 약속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죠. 피아노는 실내악 무대나 성악 리사이틀을 통해 가끔 연주하고 있어요.”

 그는 30년 전부터 일본 도쿄의 야마하 매장에서 구입한 지휘봉을 즐겨 쓴다. 그는 이 지휘봉을 “가장 값싼 악기 중 하나”라고 불렀다. 그는 올해 마지막 공연에서 ‘평화’를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베토벤의 합창은 자유, 환희 그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혼란과 고난으로 가득한 이 시대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해내는 것이 우리 음악가들의 임무가 아닐까요?”

 그는 내년 10월 서울시향과 다시 무대에 서며 인연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으로 거론한다. 그는 “감사한 질문이지만 답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서울시향에 대한 그의 무한한 애정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지휘자#서울시립교향악단#정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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