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분벽화로 고구려의 문화-사상을 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고구려 벽화고분/전호태 지음/448쪽·3만5000원·돌베개

고구려는 한국 고대사에서 외양과 실질이 괴리된 대표적인 분야다. 한국인의 프라이드로 고구려의 북방경영이 으레 회자되지만, 정작 고구려사 연구는 삼국 중 제일 취약하다. 고구려의 핵심 강역이 북한과 중국에 속하는 데 연유하지만, 이미 중국과 수교한 지 20년이 넘은 마당이라 이마저도 궁색한 핑계일 수 있겠다.

이 책 저자는 어려운 연구 여건에서도 국내에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로 일가를 이룬 권위자다. 고분벽화는 단순한 미술품이 아니다. 이 시대의 생활사가 집약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도 깃들어 있다. 무덤 축조 방식이나 연대를 통해 사서에 기록돼 있지 않은 당시의 정치, 사회상마저 엿볼 수 있다.

북한 황해남도 안악군 ‘안악 3호분’ 벽화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고구려사와 얽힌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고분에 묻힌 주인이 중국 연나라에서 고구려로 망명한 장군 동수(冬壽)인지, 아니면 고구려 미천왕 혹은 고국원왕인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벽화가 주는 힌트가 흥미롭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저자는 안악 3호분의 벽화구조나 양식을 검토할 때 중국식에 가깝다는 점에서 동수설을 지지한다. 예컨대 매우 풍만하게 묘사된 무덤 주인의 부인과 시녀들의 얼굴은 고구려 벽화에서 통상 길고 갸름하게 표현하는 고구려 여인의 그것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회랑(回廊)이 들어 있는 평면구조나 천장을 회로 마감한 디테일도 벽화 제작자가 고구려인이 아닌 중국인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옛 한군현 대방군에서 고구려로 흡수된 안악 지역에 동수의 무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얼까. 고구려가 낙랑군의 주민을 대거 포로로 잡아간 것과 달리 대방군에 대해선 기존 사회질서를 용인했다는 데 저자는 주목한다. 다시 말해 동수와 같은 중국 망명객이 터전을 잡기에는 이민족 문화에 배타적이지 않았던 안악 지역이 안성맞춤이었다는 설명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고구려 벽화고분#전호태#고구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