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성공의 열쇠는 열정과 끈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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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절라 덕워스 ‘그릿(Grit)’

앤절라 덕워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46)의 첫 저서인 ‘그릿(Grit)-열정과 인내의 힘’(사진)은 신간 같지 않은 신간이다. 그가 2013년 4월 세계적 지식 강연 ‘테드(TED)’에서 같은 제목으로 선보인 6분짜리 강연은 무려 870만 명이 시청하며 그릿 열풍을 일으켰다. 이 6분 강연이 3년 만에 333쪽짜리 책으로 정리돼 나왔다.

그릿은 사전적으로는 기개, 투지, 용기 등으로 번역된다. 그의 테드 강연 직후 국내 언론은 ‘기개’를 선호했다. 그러나 덕워스 교수는 그릿을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몇 년이고 꾸준히 노력하는 열정과 끈기’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한 단어의 한국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덕워스 교수의 명성이나 성공도 따지고 보면 그릿 덕분이다. 그는 20대 때 뉴욕 시의 공립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그는 ‘성적이 좋은 학생 중 일부는 지능지수(IQ)가 그리 높지 않고, IQ가 높은 학생 모두가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닌’ 이유를 찾고자 했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해 심리학을 공부했다. 그는 △미 육군사관학교의 생도 중 누가 신입생 프로그램(일명 ‘야수의 막사’)을 끝까지 받는지 △전국맞춤법대회에서 누가 그 치열한 경쟁을 이겨 내는지 △어떤 세일즈맨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좋은 판매 실적을 내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가 ‘그릿’이란 것이다. 풀어 쓰면 ‘열정과 끈기를 갖고 많은 시간을 꾸준히 노력한 사람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모의 관심은 그릿을 내 아이에게 어떻게 키워 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덕워스 교수는 프로미식축구 역사상 최고의 쿼터백 중 한 명인 스티브 영(55)과 그의 부모 얘기를 길게 적어 놨다. 고교 시절 최고의 쿼터백이던 영은 브리검영대에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그는 1년 내내 주전 공격수들의 연습 상대 역할만 해야 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다 때려치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돌아온 대답은 “그만두는 건 네 자유다. 그러나 우리 집엔 ‘중도 포기자’를 위한 방이 없다. 너를 집으로 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후 영은 누구보다 일찍 나가 가장 늦게까지 연습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영은 “부모님께 하소연해 봐야 ‘일단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라’라는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영의 팀 동료들은 “네 아빠는 권위주의적 절대군주 같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영은 “실상을 몰라서 그런 생각을 한다. 내 부모님은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나에게 묻고 내 얘기를 경청해 줬다. 결국 최종 결정자는 나 자신이었다”고 말했다. 덕워스 교수는 “자녀의 그릿을 키우는 ‘현명한 부모’는 자녀에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면서 그만큼 충분히 지원하고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요구만 하면서 도와주지 않는 경우가 ‘권위주의 부모’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덕워스 교수의 신간을 소개하며 “자녀를 엄격하게 훈육하는 엄마, 즉 ‘타이거 맘’(호랑이 엄마)의 시대가 가고 자녀의 열정과 끈기를 키워 주는 ‘그릿 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적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앤절라 덕워스#그릿#성공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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