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컬처]스타와 팬덤의 깨진 신뢰 “일탈행동 비단 박유천뿐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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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고 있는 한국의 연예기획사… 그 떨림의 실체 추적해보니


최근 국내 연예기획사에서 자주 나오는 유행어는, 이렇다.

“나, 지금 떨고 있니?”

외계 생명체가 연예인들 사이에 침투라도 했단 말인가? 하긴, CD 한 장에 가려지는 비정상적 얼굴 크기, 일반인보다 20%가량 긴 ‘기럭지’…. 평소 그들이 지구인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에이전트5(김윤종 기자)와 에이전트41(김배중 기자)은 그 떨림의 실체를 추적했다.

그것은 아이돌 그룹 ‘JYJ’ 박유천(30)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그는 최근 4명의 여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유흥주점 화장실에서 그곳에서 일하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다. 대형 한류스타가 왜 이 같은 섹스 스캔들에 휘말렸을까? 화장실을 선호하는 요상한 취향까지…. 의문투성이인 비공개(초자연 1급) 사건. 조사 착수!

○ ‘제2의 박유천 나오나’ 우려하는 연예계


20일 서울 강남 일대를 돌며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부터 찾아 나섰다. 소속 연예인에게 숨겨진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거나 사생활에 대해 주의를 주는 분위기였다. 박유천 사태와 비슷한 고소 사건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다들 조심스럽죠. 소속 연예인들에게 요즘 골프를 권합니다. 남는 에너지를 운동으로 풀라는 거죠. 술자리를 최대한 피하게 하자는 겁니다.”(A기획사 홍보팀장)

일부 대형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에게 유흥업소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가능한 일일까? “맞아요. 회사 방침입니다. 성교육을 포함해 인성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업비밀….”(B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음,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 ‘스타=자산.’ 스타 한 명이 회사 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존립을 위태롭게도 한다. JYJ 팬들은 ‘탈덕’(팬에서 벗어나는 것)을 외쳤다. “박유천 이름을 입에 담지도 않으려 합니다.”(회사원 김모 씨·27)

“박유천급이면 보통 3, 4개 이상 전속 광고를 하죠. 각종 투어, 촬영 계약도 많아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위약금을 몇 배로 물어야 하니, 최소 수십억 원은 손해 봅니다.”(배우 C 씨 매니저)

○ 아이돌 일탈은 빙산의 일각?

국내 대형 기획사들은 아이돌 연습생에게 춤, 노래뿐 아니라 성교육, 인성교육 등을 엄격히 실시한다. 하지만 통제와 경쟁을 강조하는 육성 시스템에서 성장한 아이돌, 이들에게 의존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환경 자체가 박유천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나왔다.

“아이돌의 성장이 곧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성장이고 나아가 한류의 성장이었죠. 그런데 그 아이돌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10대 초중반에 연습생으로 들어와 연습과 합숙 등 엄격히 통제된 생활을 하죠. 연애도 못하고 욕망은 억눌립니다. 데뷔해도 노예계약 등 제약이 큽니다. 그러다 뜨면 그간 억눌렸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죠. 관리가 불가능해집니다.”(D매니지먼트 본부장)

“맞아요. 좀 유명해지면 ‘내가 돈 벌어서 너희들을 모두 먹여 살린다’는 마인드가 강해져 소속사를 하청업체처럼 대하죠. 인성교육을 시킨다고는 하는데, 카메라 앞에서만 겸손하게 보이는 가식적인 예의를 가르치는 측면이 강해요.”(E연예홍보기획사 대표)

현장에서 만난 매니저들은 “박유천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귀띔했다. 아이돌 스타 중 단골 유흥업소를 아지트 삼아 은밀한 자리를 가지거나 아예 해외 리조트 또는 호텔을 빌려 현지인들과 유흥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두 요원이 믿지 못하자 매니저 F 씨는 말했다. “경쟁과 데뷔, 악플…. 아이돌은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이를 은밀하게 풀 만한 무언가를 찾습니다. 그 와중에 선후배, 인맥을 통해서 술자리나 클럽에 오라는 연락을 너무 많이 받아요. 일부는 유흥에 빠지게 됩니다.”

○ 세밀한 위기관리 매뉴얼 필요

아이돌 스타들의 일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두 요원은 김헌식 문화평론가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아닙니다.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아도 해내는 게 매니지먼트사의 일이죠. 사회복무요원이면 소속사 차원에서 조심을 시켰어야죠. 해외 연예기획사들은 각종 리스크에 대한 구체적 예방 및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다고요.”

우리는 최근 3, 4년간 방한한 해외 스타들의 일정을 추적했다. 해외 스타들은 속칭 ‘원나이트’ 잠자리를 해도 상대에게 ‘우린 합의하에 즐긴 것’이라고 적힌 계약서에 사인을 받을 정도로 관리에 철저하다고 한다. 2012년 팝스타 레니 크래비츠도 내한 공연 후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 당시 스태프는 클럽에서 일어날 각종 긴급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했다. 2014년 내한한 팝스타 브루노 마스도 마찬가지.

“해외 스타들은 공연을 끝내고 뒤풀이로 나이트클럽을 갈 때 매니지먼트사는 미리 답사해 소속 연예인이 가서 겪을 리스크를 체크하고 가이드해 줍니다.”(G공연기획사 팀장)

그렇다면 결론. 문제 아이돌은 개인의 일탈과 돈 벌기에 급급한 기성세대의 탐욕이 겹쳐진 현상이 아닐까. 에이전트5는 10년 전인 2005년 6월 21일이 떠올랐다. 그날 인터뷰한 ‘동방신기’ 시절 19세 박유천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했다.(다음 회에 계속)
 
김윤종 zozo@donga.com·김배중 기자
#박유천#아이돌#일탈#팬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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