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이 책!]이윤추구와 무한경쟁… 기업 논리에 지배당한 우리의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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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러시코프 ‘보이지 않는 주인’

한국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다. 세계은행도 2015년 기업환경평가에서 한국을 4위로 매겼다. 이윤 추구, 무한경쟁 같은 기업 논리는 많은 것들을 정당화한다. 정부도, 대학도, 나아가 개인도 모두 기업화되고 있다.

미국의 문화평론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바로 이 문제, ‘기업 지배’(코퍼러티즘·corpo-ratism)의 전횡에 주목했다. “코퍼러티즘은 우리의 내면을 지배하는 논리이고, 우리가 세계를 보는 렌즈이며,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이유이다.”

러시코프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러시코프는 크리스마스이브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강도를 당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지역 주민들의 사이트에 올렸는데, 이에 대해 항의 메일을 받았다. “당신은 동네 이름을 공개하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을 몰라?”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남녀노소 모두가 춤을 추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파트는 사람이 사는 주택이 아니라 재산이다. 이런 상황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가령 학생들은 대학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이로 인해 대학 순위가 내려갈까 두려워할 뿐이다.

‘보이지 않는 주인’의 원제는 ‘Life Inc(인생 회사)’다. 인생 자체가 기업이 되어 버린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경쟁을 강조하는 기업, 즉 이익단체의 활성화는 협동을 전제하는 공동체의 쇠락을 가져온다. “모두가 최선의 가능성을 누리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대신, 우리는 타인과 경쟁하며 단기적 이익에만 몰두한다. 우리는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고 기업처럼 행동한다.”

러시코프는 이미 르네상스 시대부터 이 같은 기업의 원리가 작동됐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한 서구사 600년을 관통하는 설명은 탁월하다. 현학적 이론이 아니라 생생한 이야기의 융단 폭격을 통해서 기업 확산의 역동적 역사를 풀어낸다.

그러나 이야기의 향연에 뒤이은 해법이 다소 소박해 아쉽다. 지역화폐나 협동조합 같은 방식으로 서로 연대하자는 것이다. 공동체는 개인의 합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 해법의 빈구석은 아무래도 우리의 삶으로 채워야 할 것이다.

이원석 문화연구자
#더글러스 러시코프#보이지 않는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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