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한 삶 속에서도 순수함 잃지 않는 인간군상 그렸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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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 펴낸 김금희 작가

김금희 씨는 등단 전 7년여 회사 생활을 했다. 그는 “당시 소설을 한 편도 쓰지 못했지만 그때의 경험이 글쓰기의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금희 씨는 등단 전 7년여 회사 생활을 했다. 그는 “당시 소설을 한 편도 쓰지 못했지만 그때의 경험이 글쓰기의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금희 씨(37)의 새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문학동네)는 전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이 나온 지 2년 만에 출간됐다. 소설집 한 권이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3년 안팎인 걸 생각하면 빠르게 묶인 셈이다. 그만큼 문단의 호응이 컸단 얘기다. 김 씨는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최근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 왔다. ‘30대 젊은 작가라면 실험적일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전통적인 서사로 무장했다는 점도 차별적이다.

15일 만난 작가에게 “소설 분위기가 구질구질하다”는 얘기부터 했다. 작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되물었다. “이 사회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까요?” 표제작 ‘너무 한낮의 연애’에선 직장에서 좌천된 뒤 대학 시절 연애했던 여자를 찾아가는 회사원, ‘조중균의 세계’에선 어린 입사 동기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회사원이 나온다.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의 ‘모 과장’의 처세술은 ‘고양이처럼 네 발을 모두 몸체 밑에 말아 넣고 그냥 있음으로써’ 살아남는 것이다. 빚쟁이를 피해 숨으면서 휴가 간다고 여기는 가족(‘보통의 시절’), 항의하는 고객 앞에서 비굴하게 사과하는 마트 직원(‘고기’) 등도 그렇다.

김 씨는 “내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루저’로 부르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사회의 평가 기준을 착실하게 따르지 않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삶의 정당성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씨 소설 속 인물들은 지질한 삶을 살아가는 듯하지만 꺼지지 않는 순수함이 있다. 김 씨도 회사에서 7년여 근무했지만 작가의 꿈을 거둔 적이 없었다. 부모가 맞벌이여서 어렸을 적부터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꼈던 그는 글쓰기를 통해 비슷한 상실감을 겪는 사람들과 공통의 감정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주변 또래들을 보면 일반 기업을 다니면서도 불안정한 근무 여건에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고, 학원 강사를 하면서 학원을 차려야 하나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고, 안정적이라는 교사가 되고서도 방학이면 짐을 싸서 여행을 떠난다”며 “그래도 우리는 갈등을 포기하는 세대가 아니다”라고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면서도 그 생활과 타협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도 소설로 옮겨진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김금희 작가#너무 한낮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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