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참정권을 향한 ‘인류 절반’의 투쟁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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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러제트]

100여 년 전 여성 참정권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서프러제트’. 홀리가든 제공
100여 년 전 여성 참정권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서프러제트’. 홀리가든 제공
영국 런던의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모드(케리 멀리건)는 평범한 주부이자 노동자다. 남자보다 더 위험한 일을 하며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공장장의 일상적인 성추행을 견뎌야 하지만, 그래도 아이와 남편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드는 거리에서 백화점 쇼윈도를 깨며 여성에게 투표권을 줄 것을 외치는 무리와 마주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서프러제트’(12세 이상)는 평범한 주부 모드가 서서히 바뀌어가는 과정을 통해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펼친 여성들, 서프러제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서프러제트(suffragette)는 참정권을 뜻하는 단어 ‘suffrage’에서 나온 단어로 1860년대에 등장했다. 1900년대 초까지도 운동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결국 서프러제트들은 우편함 폭탄 설치 같은 과격한 수단까지 동원한다.

여성에 대한 억압은 일상적이고, 그래서 더 고달프다. 모드와 다른 서프러제트들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아이를 남편에게 빼앗긴 채 일방적으로 집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며 욕하는 다른 여자들의 질시도 견뎌야 한다.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고, 결말은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이처럼 극적이고 감동적인 실화, 심지어 영화 속 모드의 대사처럼 “인류 절반”의 투쟁 역사가 왜 이제야 영화화됐는지 의아할 정도다. 6월 7일은 150년 전 최초의 서프러제트들이 영국 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여성 참정권 운동이 시작된 바로 그날이라고 한다. 150주년을 기념하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서프러제트가 150년 전 전투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정치계엔 남자가 더 많습니다: 이제 바꿉시다.’ ★★★★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서프러제트#참정권#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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