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높은 번역자 확보하려면 한국문화의 매력 널리 알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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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씨 맨부커상 수상 계기로 본 ‘문학 한류’의 과제

《한강 씨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은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확인시켰다. 조정래 은희경 이승우 신경숙 정유정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이 해외로 진출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2001년부터 문학을 포함해 인문 아동 분야에서 모두 863종의 책이 30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고 18일 밝혔다. 하지만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 문학이 국경을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면 풀어야 하는 과제를 관련 전문가 10명에게 물었다.》

○ 수준 높은 ‘메신저’를 찾아라

이들은 수준 높은 번역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꼽았다. 한 씨의 맨부커상 수상에 데버러 스미스 씨의 정교하고 매혹적인 번역이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능력 있는 번역자를 양성하려면 한국 문화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5명·복수 응답)이 많았다.

소설가 이승우 씨는 “한국인이 외국의 정서와 문화적 감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외국인이 한국 문학을 공부하게 하려면 문화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각종 통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아시아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 선택하는 나라는 중국이 60%, 일본이 30%이고 한국은 소수에 그친다.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국 문화를 좋아해 문학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수만 명이 되면 그중에서 훌륭한 번역자가 나올 여지가 커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학위를 주는 번역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7개의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2년 과정의 번역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해외의 한국학 대학을 지원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 다양하면서도 탄탄한 콘텐츠 발굴

보편적 주제를 한국적 소재로 풀어낸 작품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진다. 정교하고 매끄러운 번역은 필수 요소다. 2014년 런던 도서전 한국관에서 작품을 살펴보는 관람객들. 동아일보DB
보편적 주제를 한국적 소재로 풀어낸 작품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진다. 정교하고 매끄러운 번역은 필수 요소다. 2014년 런던 도서전 한국관에서 작품을 살펴보는 관람객들. 동아일보DB
훌륭한 번역자가 있어도 탄탄한 콘텐츠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 흥미로운 작품을 탄생시키려면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의견(4명)이 적지 않았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독자들은 ‘장미의 이름’ ‘다빈치 코드’ ‘반지의 제왕’처럼 지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을 원하는데 한국에서는 추리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을 열등하게 여겨 재능 있는 작가들이 도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지의 제왕’을 쓴 존 로널드 톨킨은 옥스퍼드대 교수였고,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인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는 케임브리지대 교수였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용사와 부사를 중시하는 작법에서 벗어나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훈련도 요구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자유라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거식증과 채식이라는 현대적인 소재로 풀며 인간이 나무로 변한다는 신화적 해석을 담았다”며 “외국인에게 익숙하고도 낯선 이야기를 접하는 경험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단편 중심의 국내 문학을 장편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관건이다.

○ 해외 교류와 독자의 애정이 세계화의 자양분

국내외 작가와 출판사 간의 교류도 확대돼야 한다. 세계 문인과 출판사들과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 세계 문학의 흐름을 파악하고 국제적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소설가 김중혁 씨는 “한국에 어떤 작가가 있는지 해외 출판 에이전시나 출판사 등이 알아야 작품도 알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은 독자들의 관심이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는 “문학의 세계화는 한국의 정신과 삶의 체계가 세계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독자들이 문학을 가까이 하는 것이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밑바탕이 된다”고 당부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조종엽 기자  
#작가 한강#맨부커상 수상#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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