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의 에로틱 스릴러” vs “때론 놀랍지만 지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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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아가씨’ 칸서 엇갈린 반응

박찬욱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아가씨’가 14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극장에서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공식상영에서 첫선을 보였다. ‘아가씨’는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칸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이모부(조진웅) 밑에서 자란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을 돕기 위해 길거리 소매치기 신분을 숨기고 아가씨의 하녀가 된 숙희(김태리)가 벌이는 얽히고설킨 사기극이 중심 얼개다. 19세기 영국이 배경인 원작소설 ‘핑거스미스’를 1930년대 일제강점기로 옮겨왔다.

공식상영 다음 날인 15일 오전(현지 시간) 뤼미에르극장 인근 호텔에서 만난 박 감독은 “권선징악적 줄거리와 명쾌한 결말 등 상업영화 요소가 강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공식상영이 끝난 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사람들의 박수를 봐라. 이게 상업영화에 보내는 박수냐’고 반문했지만 역시 칸영화제에 어울리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에 수상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 배경을 살린 아름다운 의상과 세트를 집요할 정도로 세밀하게 배치해 관객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박 감독의 면모가 잘 살아 있다. 외롭고 예민한 아가씨와 그런 아가씨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는 숙희의 동성애 베드신 묘사도 적나라하다. 데뷔작에서 능수능란하게 역할을 소화하며 전라 노출까지 감행한 김태리, 섬세한 감정 연기로 새로운 면모를 보인 김민희도 인상적이다. 동화를 연상시키는 이야기 구조이되 남성 대신 여성이 서로를 구원하는 것으로 치환한 점, 일제강점기 조선에 근대가 이식되던 시대상을 담아낸 점 등은 영화를 풍부하게 해석할 여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박 감독의 전매특허였던 피가 난무하는 폭력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줄거리도 여성 간의 사랑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통속극에 가깝다. 이미 레즈비언 로맨스 ‘캐롤’(2015년)과 파격적인 성애 묘사로 화제를 모으며 2013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나온 상황에서 ‘아가씨’가 얼마나 새롭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박 감독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봤지만 ‘아가씨’의 베드신은 격정적이기보다는 부드럽고 대화에 가까운 베드신”이라며 “스릴러 영화의 기본 구조에 범죄와 음모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현지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공식 상영에서 약 3000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영화 시작 전 박 감독과 하정우, 김민희, 김태리, 조진웅 등 출연 배우들이 등장하자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는 엔딩크레디트가 미처 다 올라가기도 전에 관객 일부가 빠져나갔고, 기립박수도 5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이날 오전 기자 시사 뒤에 열린 기자회견 역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빅 프렌들리 자이언트’ 시사와 시간이 겹치면서 빈자리가 여럿 눈에 띄는 등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전 세계 주요 매체 평론가들의 평점을 종합하는 스크린 인터내셔널 데일리의 평균 평점은 2.2점으로 현재까지 상영된 경쟁작 중 중위권에 머물렀다. 프랑스 영화 매체 평점을 종합한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균 평점은 1.73점으로 15일 현재까지 최하위에 그쳤다. 외신들은 “아름답고 때론 놀랍지만 그럼에도 점점 지루해진다”(영화 전문 매체 ‘더 랩’) “변태적이고 에로틱한 스릴러이자 사랑 이야기로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킨다”(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 서로 다른 평을 내놓고 있다.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제69회 칸국제영화제#박찬욱#아가씨#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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