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맹자는 ‘폭군 방벌’ 주장한 혁명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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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여행기/신정근 지음/472쪽·1만8000원·h2
‘맹자 여행기’ 펴낸 신정근 교수

중국 산둥 성 쩌우청 시 맹자 고택 앞에서 오래된 방아 손잡이를 쥔 신정근 교수(오른쪽). 왼쪽 노인은 맹자의 74대 후손이라고 한다. h2 제공
중국 산둥 성 쩌우청 시 맹자 고택 앞에서 오래된 방아 손잡이를 쥔 신정근 교수(오른쪽). 왼쪽 노인은 맹자의 74대 후손이라고 한다. h2 제공
이번에는 맹자다. 중년층에 논어 읽기 열풍을 일으켰던 책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2011년 내놨던 저자(51)가 맹자의 유적을 찾아 가는 여정과 맹자의 사상을 쉽게 소개한 글을 버무려 새 책을 냈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로 유학대학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3일 전화 통화에서 “이번 책은 공자의 큰 그늘에 가린 맹자의 사상사적 의의를 대중적으로 알리려 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맹자는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마음’을 철학의 주제로 설정한 최초의 인물이다. 신 교수는 “맹자 이전까지는 선악의 근본이 행동에 달려 있다고 봤지만 맹자는 마음에 있다고 봤다”며 “맹자에 따르면 개인적 도덕뿐 아니라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세우는 출발점도 우리들이 선한 마음의 씨앗을 큰 나무로 키워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자에 이은 성인으로 추앙받는 맹자가 ‘과격하고 이단적’이라는 평가를 두고두고 받았다는 것은 의외다. 맹자의 사상이 신분제 사회에선 금기에 가까운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맹자 이전에는 왕권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이었지만 맹자는 폭군을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 쫓아내는 것이 정당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송나라 대 주희가 맹자를 높이 평가한 뒤인 명나라 대에 들어서도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고, 군주가 가장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는 구절을 비롯해 혁명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여러 구절이 삭제된 채 서적이 발간됐다고 한다.

신 교수는 “신분과 지위를 하늘이 내린 것이라고 인식했던 시대에서 이 같은 사고는 혁명적이었다”며 “맹자는 오늘날의 시민 불복종 운동처럼 부조리한 질서에 대한 저항의 사상적 근거를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책은 신 교수가 중국 산둥(山東) 성 쩌우청(鄒城) 시의 맹자 유적지를 샅샅이 뒤지는 여정을 소개한다.

그는 “이번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일화와 관련된 무덤, 시장, 서원을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맹자 관련 유적지를 하나하나 찾아갔다”며 “책을 통해 맹자가 자라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독자들이 따라 느낄 수 있도록 이끌려 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맹자 여행기#신정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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