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수학 빼면 동아시아 수학사 못 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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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과 문명’ 30권 중 첫 3권 펴낸 신동원 교수

30권짜리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연구책임자인 신동원 전북대 교수.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0권짜리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연구책임자인 신동원 전북대 교수.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국 최초의 과학사 연구서인 홍이섭의 ‘조선과학사’가 1946년 나온 지 올해로 70주년입니다. 최근 발간하기 시작한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는 천문학 기상학 농학 등 천지인(天地人)에 대한 전통 과학사부터 반도체 등 현대 산업기술사까지 망라할 생각입니다.”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는 최근 ‘동의보감과 동아시아 의학사’ ‘한국 전통지리학사’(오상학·제주대 교수) ‘한국 전근대 교통사’(고동환·KAIST 교수) 등 3권을 냈다. 30권짜리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의 첫 3권이다. 야심 찬 기획의 책임자이자 연구소장으로 ‘동의보감과…’를 쓴 신동원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56)를 최근 만났다.

총서 발간은 급성장한 한국의 과학사 연구 역량이 바탕이 됐다. 요즘 과학사 연구는 과거 과학 유산을 통해 민족적 긍지를 강조하던 데에서 과학적 성과가 등장한 구조적 맥락을 조명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100년 이상 실증적 지리학을 추구했던 조선의 전통 속에서 조명된다. 세종 시기의 과학적 성과는 유교적 이념의 실천이라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연구된다.

제목은 영국 학자 조지프 니덤이 1950년대부터 집필, 편찬한 동아시아 과학사의 고전 ‘중국의 과학과 문명’을 염두에 뒀다. 20여 권이 나온 이 시리즈에서 한국의 과학문명은 단편적으로 언급된다. 세종 때 발명된 측우기가 중국의 하사품이라는 중국 학자의 주장을 인용하는 등 오류도 없지 않다. 신 교수는 “수학이 쇠퇴하던 명나라 초기에 조선 수학의 눈부신 발전을 빼놓고는 동아시아 수학사를 쓸 수 없다”며 “총서는 니덤 시리즈의 공백을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30권 중 11권은 올해 나오고 2023년까지 완간할 예정이다.

뉴턴 러셀 호킹 등의 저서를 펴낸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사가 이번 총서를 10권으로 출간하겠다고 나섰다. 이 출판사가 비서구권 인문과학에 대한 총서를 내는 것은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 이어 두 번째다. 신 교수는 “중국, 일본에 가려진 우리 과학문명의 가치를 해외에서도 제대로 조명하게 될 것”이라며 “총서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 집필해 한국보단 2년 뒤쯤 순차적으로 출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최근 50여 년의 과학 연구와 유산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아카이브를 만들어 보존하고 연구, 전시하는 ‘한국과학유산원’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학유산원이 만들어지면 우리 과학의 과거와 미래에 다리를 놓는 한편 미래 과학의 발전 방향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동원#수학#한국의 과학과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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