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등 베스트셀러 전기 작가로 유명한 ‘타임’ 전 편집장 월터 아이작슨이 이번엔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혁명을 일군 혁신가(이노베이터)의 비결을 책에 담았다.
멀리 1843년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 부인이 현대 컴퓨터의 주요 개념들을 시대에 앞서 고안해낸 것부터 트랜지스터, 비디오 게임, 인터넷 웹을 거쳐 2011년 미국 퀴즈프로그램 ‘제퍼디’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꺾고 우승한 인공지능 얘기까지 컴퓨터와 인터넷의 주요 역사를 하나씩 짚어 나간다. 그 역사에서 존 폰 노이만, 앨런 튜링,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등 수많은 천재들이 어떻게 이노베이터가 됐는지를 살핀다.
결론은 어찌 보면 뻔하다. 과학과 인문(예술)의 결합이 필요하고, 천재만의 단독 업적이 아니라 ‘협업’이 성패를 갈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들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과학과 인문의 결합’ ‘협업’의 중요성을 피부로 와 닿게 한다.
혁신을 가능하게 한 기업 문화를 소개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를 들면 인텔을 공동 창업한 로버트 노이스는 ‘강력한 리더의 효율적 경영’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직원이 재량껏 행동할 권한을 줬다. 업무 도중 난관에 부딪힌 직원이 노이스를 찾아와 타개책을 의논하자 노이스는 끝까지 경청한 뒤 “A, B, C를 고려하게”라고 말하고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내가 대신 결정을 내려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네. 이건 내 문제가 아니니까.”
저자는 책의 최종 원고 작성에도 협업을 거쳤다. 인터넷 사이트 ‘미디엄’을 통해 원고를 올리자 일주일에 1만8200여 명이 원고를 읽었고 상당수가 의견을 남기거나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 결과 수정 작업은 물론이고 완전히 새로 추가한 대목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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